슬로건 전성시대
삶을 변화시키는 슬로건 많아야
입력날짜 : 2014. 03.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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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건(slogan)의 사전적 의미는 ‘정당이나 어떤 단체의 주의나 주장 등을 간결한 말로 나타낸 것’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모토(motto), 캐치프레이즈와 혼용되고 있다.
좋은 슬로건은 고객(또는 공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차별화될 수 있는 독창적인 내용으로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용이해야 한다.
‘눈길 걷다보면 꽃길 열릴 거야’. 서울시청 ‘꿈 새김판’에 걸린 이 글귀는 ‘고난의 길을 가다 보면 좋은 길이 열릴 것이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처럼 짧지만 감성적인 슬로건이 삭막한 도시에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근래에는 공익광고도 메시지에 감성을 입혀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공익광고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행동과 습관의 바람직한 변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크리에이티브(창의적 아이디어)보다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치중한다. 반면 이는 한 번 보면 메시지를 쉽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뇌리에 오래도록 남겨지지 않기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지게 돼 높은 광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최근 참신한 발상과 함축적인 카피, 상업광고 못지않은 영상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공익광고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월 방향지시등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깜빡하지 말고 깜빡 깜빡하세요’ 라는 슬로건을 통해 운전자들의 동참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방향지시등의 특성과 운전자의 행동을 맥락적으로 잘 연결한 카피로 쉽게 접근한 점이 돋보인다.
또한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요즘 휴대폰에 몰입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재치있는 슬로건도 눈길을 끈다. ‘너무 오래 묵념하지 마세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세요, 세상이 달라 보일 거예요’. 이 카피는 스마트폰에 파묻혀 주위사람들과 대화를 상실해가는 사회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한 메시지가 풍자적으로 표현됐다.
‘운전 중에는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사랑한다면 오직 운전만 하세요’도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의 위험성을 알려 교통사고 예방효과를 거둔 좋은 공익광고 슬로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슬로건의 범람속에서 취지도 불분명하고 표현도 어색한 슬로건이 적지않다. 광주 한 경찰서가 청렴도 향상을 위해 전개하고 있는 ‘청렴 스마일’이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다. 이 경찰서는 ‘청렴 스마일’의 뜻풀이를 ‘청렴! 스스로 지키고, 마음먹고 지키고, 일부러 지켜요’라고 설명하고 있다.
청렴을 다짐하고 강조하려는 취지는 좋으나 굳이 말 안되는 삼행시 짓듯이 꿰맞출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일부러 지켜요’는 타율적으로 비춰져 오히려 의미를 퇴색시킨다. 마치 한글사랑을 위해 이화여자대학교를 ‘배꽃 계집 큰 배움터’라는 우리말로 바꿔쓰는 것처럼 옹색하기 그지 없다.
뿐만 아니라 뜻은 좋지만 조어(造語)가 조악해 엉뚱한 결과를 낳는 사례도 있다. 최근 모 기관 관계자가 건배사를 하면서 ‘성공을 기원하며, 발전을 기원하며’의 준말이라며 ‘성기 발기’를 외쳐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MB 재임시 청와대의 언론인 초청행사에서 모 인사가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라는 의미로 ‘개나발’을 외쳤으나 아무도 화답하지 않는 바람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고 한다.
올해 광주에서는 세계수소학회, 광주비엔날레 등 굵직한 국제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외국손님을 따뜻하게 환대하기 위해 국제행사 성공시민협의회가 전개하고 있는 ‘안·도·감’운동(안녕하세요, 도와드릴까요, 감사합니다)은 표현과 메시지가 적절해 호감을 갖게 한다.
조만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자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다채로운 슬로건을 쏟아낼 것이다. 이벤트성 홍보문구보다는 시민들 삶을 변화시키는 훈훈한 슬로건들이 선거를 축제로 만들었으면 한다. 슬로건은 산뜻한 표현도 중요하지만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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