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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논문표절에 대하여

 

논문표절에 대하여
지도층 논문표절 관대해선 안돼

엄격한 연구윤리 규범 실천돼야


입력날짜 : 2014. 04.21. 20:43

수 년 전 황우석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논문 조작사건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구부정(research misconduct) 문제가 또 다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연구부정 행위는 주로 학계에서 연구윤리 차원에서 다뤄져 왔으나 최근에는 유명인사의 논문표절 문제로 양상이 바뀌면서 상아탑을 넘어 세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총선 과정에서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된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IOC위원)이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논문표절 문제로 다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전문매체 ‘어라운드 더 링스’에 따르면 “IOC 윤리위원회가 한국의 문대성 위원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작했으며, 이는 문 위원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했던 국민대에서 최종적으로 ‘문 위원이 논문을 표절했다’고 IOC에 통보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문 의원은 국민대를 상대로 박사학위 최소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낸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6·4지방선거 전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모 국회의원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져 진실공방에 휩싸여 있다.

이밖에도 정치인, 관료, 법조인, 연예인, 방송인 등 적잖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논문표절 의혹으로 심심치 않게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로서는 논문 표절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 심각성을 갖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어사전에는 표절의 뜻을 ‘남의 작품의 일부를 자기 것인 양 몰래 따서 씀’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작품을 빌려 쓸 때, 명확한 출처를 표기하지 않고 자기 것처럼 가져다 쓰는 행위’를 가리킨다.

표절행위에는 의식적으로 자기 것으로 사용하는 의도적 표절뿐 아니라 선행연구를 어떤 의식없이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비의도적 표절, 자신이 이미 발표한 글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글인 것처럼 발표하는 자기표절도 포함된다.

표절행위의 구체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의 글 전부 혹은 일부를 자기 것으로 발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개념을 자기의 것으로 제시 ▲다른 사람의 글에서 사용된 중요한 개념이나 표현을 출처를 표기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경우 ▲다른 사람의 글을 일부 편집하거나 표현을 바꾸어서 사용한 경우 ▲하나의 문장에서 6개 이상의 단어가 연속적으로 열거되는 경우 ▲그림이나 사진 등을 허락없이 사용한 경우 ▲통계·실험수치나 결과를 조작하는 경우 등이다.

표절이 지탄받는 이유는 타인의 업적이나 성과를 가로채는 행위로서 부도덕할 뿐 아니라 독자를 기만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개할 기회를 차단함으로써 결국 자기발전을 가로막고 학문공동체를 퇴보시킨다는데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학문연구에서 정직성을 핵심가치로 삼고 이를 준수하기 위한 엄격한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유럽과학기금(The European Science Foundation)은 ‘학문적 소통과 신뢰의 핵심에는 정직성이 있으며 연구윤리는 이에 기반하고 있다’고 연구자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2007년 황우석박사 사태를 계기로 연구윤리는 국가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제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2007년 프랑스 파리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OECD 국가의 과학자와 연구윤리기구의 관계자들이 잇따라 모여 국제적 이행표준을 제정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구윤리 위반에 대해 관대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대학교육연구소(KHEI)가 교육부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연구윤리 위반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35개 대학에서 169건이 적발됐으나 국회 인사청문회나 언론 등에서 지적됐던 각계 인사들에 대한 조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분야별 부정행위 적발현황을 보면, 국가연구개발사업이 59건(34.9%)으로 가장 많고, 교내연구가 42건(24.9%), 학위논문이 23건(13.6%) 등으로 나타나 정부 연구비를 쉽게 타내려는 유혹이 컸음을 보여준다.

특히 학위논문의 경우 17개 대학에서 23건이 적발되었는데 학위취소가 17건(석사 9, 박사 8)으로 일반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조치를 취했지만, 정작 정치인, 관료 등 지도층 인사에 대한 조치는 포함되지 않아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연구윤리는 그 나라 학문공동체의 도덕적 수준과 학자의 양심을 반영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연구윤리 규범이 마련되고 실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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