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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민자치 시대로 가는 길

시민자치 시대로 가는 길
한국사회에 커다란 지각변동 초래

시민자치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달려


입력날짜 : 2014. 06.09. 19:00

6·4 지방선거가 한바탕 광풍처럼 지나갔다. 세월호 참사의 애도 분위기속에 치러진 6·4 지방선거는 한국사회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국가적으로는 대재난에 대한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심판, 그리고 안전에 대한 주체적 각성이 표출됐다.

또한 지역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정당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경험이다. 이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의 광주시장 공천을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 문제와 시민운동가 윤장현의 당선은 광주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드라마적 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선택의 결과는 우리 스스로가 부단한 숙고와 토론을 통해 광주정신에 맞게 개척해야 할 낯선 노정이기도 하다.

선거는 선거과정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세력과 이해집단들의 결집과 이들의 대결이기 때문에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현실정치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나아가 미래 설계의 기본 바탕을 이룬다.

지난 선거에서 가장 이슈가 된 새정연의 광주시장 전략공천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커다란 흠결을 지닌 결정이었다. 정치행위의 상황적 가변성 또는 의외성을 감안하더라도 절차적 민주주의가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암묵적인 해명을 내놓기는 했으나 성급하고 설득력이 결여된 충격요법이었다.

새정연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상당한 표차로 시민의 추인을 받기는 했으나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훼손한 점은 면책받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내부에서 공감대를 이루었다고 해서 외부의 이성적 비판에 대해 딱히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광주시민은 ‘시민운동가’ 대 ‘행정달인’의 선택지 가운데 전자를 택했다.

광주 시민운동의 상징인 윤장현을 광주시장으로 선출함으로써 바야흐로 명실상부한 ‘시민자치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론적으로 볼 때 지방자치의 가장 완성된 단계가 순수 시민자치이다.

지방자치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요구된다. 그리고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는 개별적으로 이뤄질 때보다 시민운동의 형태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질 때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학자들의 주장이다.

지방자치의 오랜 역사를 가진 일본은 1970년대 말부터 시민이 주도하는 지방차지가 구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시민자치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정부를 맞이하게 되었다. 서울 박원순시장에 이어 두번째로 시민운동가를 수장으로 하는 지역이 되었으며 그 성공여부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달려있다.

따라서 선거캠프 등 선거과정에서 직간접으로 도움을 준 시민단체 인사들은 공을 앞세워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시민자치 모델을 구축할 것인가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관주도 행정이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을 찾아내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정이 되도록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또한 행정경험의 부재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시 시행착오를 범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므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견해를 적극 행정에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민선 6기 광주시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어 더욱 탁월한 리더십 발휘가 요구된다. 연말이면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주요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되고 내년이면 KTX(초고속열차) 개통, 아시아문화전당 개관, 하계U대회 개최 등 굵직한 사업이 속속 가시화된다.

‘첫 시민시장’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이 수식어에 그치지 않도록 시민사회와 호흡을 잘 맞추면서도 실무를 담당하는 행정관료들과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이 교훈으로 남긴 관피아(官+마피아)의 고리는 과감하게 끊어야 한다. 시산하 기관의 주요 보직을 퇴직간부들이 꿰차는 관행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전문성과 경험이 요구되는 공사의 임원자리에 시 간부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3년간 독점하는 것은 조직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민자치로 가는 길은 오월 대동정신이 그 이정표이다. 80년 5월에 온 시민이 한마음으로 우리공동체를 지켜냈듯이 광주시민 모두가 주인의식과 선한 마음가짐으로 지역발전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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