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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05~2010)

문화수도 원년의 자화상

'문화수도 원년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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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날짜 : 2004. 11.30. 00:00

 
박준수 문화부장
 
광주시민들에게 부푼 기대를 품게 했던 광주 문화수도 조성사업 원년이 뚜렷한 가시적 성과물 없이 무수한 말의 성찬만 남긴 채 저물고 있다. 올 한해 얻은 결실이라면 문화수도 조성사업의 핵심인 '국립아시아문화의 전당'의 부지를 도청일원으로 확정한 것과 기본구상 등 관련용역 발주, 그리고 광주문예진흥위원회 발족 등 몇개의 초석을 놓는 정도에 불과하다.
아시아문화의 전당은 문광부 추산 총사업비 6천850억을 들여 도청일원 2만3천평의 부지에 연면적 4만3천평 규모로 건립, 오는 2010년 5월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지난해 10월 닻을 올린 문화수도가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광주시와 문광부, 여당, 그리고 지역 예술인 단체들은 주요사안마다 이견과 갈등을 노출해 앞으로 사업진행 과정에서 또 어떤 쟁점이 등장할 지 적잖이 우려된다.
광주시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문화수도'를 제안하고 수용한 것은 유구한 예향의 전통을 계승하고 미래 유망산업인 문화산업의 기반을 구축해 '정신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광주'를 만들자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야심찬 발원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토양과 여건은 극히 척박하기 그지없다. 당장 광주 예술의 1번지인 '예술의 거리'를 나가보면 예술의 열기는 시들해진 채 난장에 걸린 몇개의 전시 현수막이 스산한 거리를 추억할 뿐이다.
예술의 거리에서 유일하게 기획전 화랑을 열고 있는 Y씨는 "IMF 이후 미술품 구매력이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달러화 약세로 인해 미국발 불황이 찾아오면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광주가 문화수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화가들이 미술 한점 팔기어려운 현실속에서 어떻게 자긍심을 갖고 예술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남루한 삶은 비단 화가에 그치지 않고 문학이나 음악, 연극 등 전 장르에 걸쳐 일상처럼 드리워 지고 있다.
그런데도 문화수도의 추진방향은 지역작가들의 창작의욕을 자극하고 북돋우기보다는 구 도심 개발을 염두에 둔'도심재정비' 사업을 지향하는 것같아 안타깝다. 이는 광주시가 지역예술인들에게 지원해준 문예진흥기금이 올 한해 국비를 포함 3억7천800만원에 불과한 점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광주가 문화수도로 자리매김되기 위해서는 거대한 건축물의 축성에 앞서 한 시대를 이끌 예술가의 출현없이는 그 정당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역량있는 지역예술가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문화수도의 정책방향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2004 광주비엔날레를 둘러본 독일 기자가 광주의 세계적 미술축제의 운영능력을 의심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