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2005~2010)

지역경제 구매력을 키우는 길

지역경제 구매력을 키우는 길


 

입력날짜 : 2005. 10.11. 00:00

 

박준수 경제부장 
 우리지역 경제의 현안을 논할 때마다 논자들은 한결같이 생산기반 취약과 사회간접시설 부족을 꼽는다. 이렇다할 제조업체가 없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어 서울 등 대도시로 떠날 수 밖에 없고, 지자체가 공장을 유치하려 하면 거대시장인 수도권과의 지리적 불리함에다 국제공항, 특급호텔, 우수 교육기관 등 인프라가 부족해 애를 먹는다고 하소연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지역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동력을 갖추려면 자동차, 조선, 전자 등과 같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조립형 생산공장이 포진하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헐거운 게 사실이다. 또 그 결과 지역생산력이 저하되고 이로인해 투자가 부진해 지역경제가 저성장 함정에 빠지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구매력 쇠퇴가 지역경제의 더 큰 위기라고 판단된다. 특히 광주 경제 성장의 자양분 역할을 해온 농도 전남의 피폐화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동안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로 수입 농수산물이 봇물을 이뤄온 데 이어 이제는 쌀수매제가 폐지되는 등 농민들의 갈쿠리손에서 돈빠져나가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아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뚜렷해지는 등 지역 경제의 구매력이 급격히 왜소해지고 있다.
 이에따라 지역경제는 이제 생산을 늘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구매력을 회복시키는 문제가 더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당장 광주만 놓고보더라도 그 심각성을 간과할 수 없다. 광주시청이 상무신도심으로 옮겨간 후 계림동 옛 시청 주변은 지금 철지난 바닷가처럼 을씨년스럽다. 그동안 활기에 넘쳐나던 상가는 온데 간데 없이 한적한 주택가로 변모했다.
 지난 4일부터 전남도청이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머잖아 도청일대 상권도 쥐죽은듯 고요속으로 빨려들 것이다.
 이러한 도심공동화는 어디까지나 청사 재배치에 따른 국지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나타난 광주시의 인구증가율 정체와 전남의 인구감소 심화, 그리고 중견 건설업체들의 잇따른 사업본부 이전은 우리지역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는 비단 지표상으로만 감지되는 현상이 아니라 경제 일선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위기의식으로 다가오고 있다.
 며칠 전 저녁에 친지와 술한잔 하기 위해 탑승한 어느 개인택시 기사는 "잠자는 시간을 빼곤 하루 14시간을 일해도 200만원 수입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몇년 전만해도 300만원 수입은 됐었는데 자가용이 늘어나고 경제가 어렵다 보니 수입이 줄고 있다"며 "법인택시는 한달 수입이 100만원도 안될 것"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았다.
 어느 중소사업가는 "IMF이전만 해도 사업이 잘돼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제법 불려놓았는데 이후 계속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제는 겨우 현상유지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되는 게 별로 없고 마땅한 투자대상도 없다"고 막막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같은 암담한 현실속에서도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한가닥 희망이 아닐 수 없다. 한전 등 대상기관들이 우리지역으로 옮겨오면 세수측면뿐 아니라 직원과 그 가족들의 인구유입으로 인해 구매력이 커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활력을 기대해볼 수 있다. 벌써부터 일부 지역의 지가가 상승하고 지역대학의 관련학과 경쟁률이 오르는 것은 여기에서 비롯된 특수로 분석된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지자체는 이제 경제현상을 보는 시각을 종전 생산력 확대에서만 고정할 게 아니라 구매력(Buying Power)측면에서 변화를 읽어내고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