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의 봄은 어디메쯤 오는가
입력날짜 : 2006. 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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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수 경제부장
요사이 며칠간 기상이변을 접하면서'春來不似春'이란 고사성어가 다시 떠올려진다. 4월
한복판에 황사 대공습에 이어 강풍과 돌풍·우박 현상이 나타나고 강원도에서는 1주일간 저온과 함께 대설주의보까지 발령되는 등 '봄같지 않은
봄날씨'를 보이고 있다.
대지에는 꽃들의 축제가 절정을 이루고 나뭇가지마다 어린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커가는데 짖궂은 날씨는
계절의 시계바늘을 붙들고 놓아주질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계절의 불협화음도 대자연의 순리에는 어쩔 수 없이 한바탕 이벤트가 끝나면
머잖아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다만 자연의 '깜짝쇼'로 인해 애먼 농사꾼들만 냉해피해를 입고 울상짓고 있다.
봄을 목마르게
기다리면서도 살가운 햇살 한줌 쬐지 못하는 데가 또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경제현실이 그렇다. 우리나라 경제 전체적으로는 고유가와 원高
파고속에서도 그런대로 순항을 계속하고 있지만, 우리지역 경제 기상도는 아직 한냉전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발표한 '3월중 광주·전남지역 어음부도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어음부도율은 전월에 비해 0.06%p 상승한 0.43%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
중견건설업체의 부도와 전월 말일자 어음결제가 3월로 이월된 것이 상승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공식적인 지표가 아니더라도
'不似春'의 그늘은 우리주변에서 쉽게 목격되고 있다. 광주지방조달청에 따르면 지역경제 기반이 취약하다보니 알루미늄, 전기동, 니켈, 주석,
아연, 연괴, 펄프, 생고무 등 비철금속 수요가 타 지역에 비해 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청은 이들 해외의존도가 높은 원자재를 싼
가격에 비축해두었다가 국내 가격이 오를 때 중소기업들에게 시중가격보다 2~5% 저렴하게 판매함으로써 원자재 수급 및 가격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우리지역에는 이러한 혜택을 제공받을 제조업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알루미늄의 경우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2,300여톤을 4개 업체에서 소비했으나, 현재는 이들 업체마저 경영사정 악화로 제대로 가동이 안되고 있는 형편이다. 자동차 알루미늄
휠을 제작하는 업체는 부도로 문을 닫았고, 전자제품용 콘덴서 소재를 생산하는 H전자는 올해초 화의개시로 소비가 부진해 837톤의 알루미늄이
광주조달청 창고에 재고로 묵혀있다.
지역경제의 실루엣은 점심식사 자리의 식당 여주인의 자조섞인 실패담에서도 감지됐다. 광주시내에서
복요리로 꽤나 소문난 이 식당주인은 최근 상무지구에 개업했던 또 다른 식당이 장사가 안돼 결국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 주인은 너무 욕심을 낸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진단하면서 돈이 안벌린 대신 몸은 편해졌다고 애써 아픈 추억을 다독였다. 그러나 그녀는 올들어 유독 장사가 안된다며
불경기을 탓했다.
5·31 지방선거가 성큼 다가오면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저마다 현란한 지역발전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공약은
지역민들의 삶을 살찌우고 잘사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으로, 결국 이를 통해 한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지역
유권자들은 각 후보자들을 놓고 '누가 지역경제에 화창한 봄을 몰고 올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때마침 250여 시민단체가
'2006 지방선거 시민연대'를 결성해 5·31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하고 평가해서 유권자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매니페스토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해 이번 선거가 바람에 좌우되지 않는 정책선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5·31 선택이
지역경제의 봄기운을 촉발하는 신호탄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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