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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05~2010)

'샌드위치 데이'의 명암

'샌드위치 데이'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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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날짜 : 2005. 04.05. 00:00

박준수 경제부장
 
식목일을 하루 앞둔 어제(4일) 관공서를 비롯한 각 사무실은 4월 첫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주말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전날 일요일을 푹쉬고 출근했지만 '월요병'의 나른함에다 다음날 또 쉬는 날이 오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이완감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에따라 공기업 등 몇몇 기관에서는 4일 유독 월차 휴가자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에 공휴일을 낀 '샌드위치 데이'를 월차휴가를 이용함으로써 3일간의 황금연휴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공기업의 경우 본부장을 비롯한 수도권에 연고를 둔 간부사원 2~3명이 이날 월차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역시 경기도 분당에 주소를 둔 B공기업 본부장과 정부산하 지방기관장도 개인사정 또는 서울출장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이들 기관뿐 아니라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식목일 행사를 미리 하거나 혹은 다음날로 미룬 채 정작 식목일(5일)은 출근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결국 적지않은 기관들이 식목일을 '나무심는 날'로 인식하지 않고 또 하나의 휴일로 생각해 '자유시간'을 만끽한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그동안 수차례 언론의 지적을 받아온 식목일의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오는 7월 '주5일 근무' 전면실시를 앞두고 여가시간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에서 비롯된다. 현재 주5일 근무제 시행 추이를 살펴보면 금융권이 가장 먼저 시행에 들어갔고 정부산하 공기업이 지난해 7월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오는 7월부터는 모든 공공기관과 대기업 사업장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따라서 공기업들은 하루 걸려 휴일이 올 경우 연차휴가를 내고 '샌드위치 데이'를 쉬게 되면 그 주에 일하는 날은 단지 3일에 불과하게 된다. 또 이들 주5일제 선두시행 기관의 종사자들은 임금노동자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고액연봉자들이다.
이에반해 중소기업 근로자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은 경기불황 속에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시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4일 샌드위치 데이는 물론 법정공휴일 5일에도 하남공단 입주업체 등 많은 중소기업 근로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일터로 나와 고단한 노동으로 하루의 시계바늘을 돌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부의 편중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빈곤층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주5일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여가의 편중현상이 겹쳐지는 상황을 맞고 있다. 참여정부는 국민 모두가 고르게 잘사는 사회를 국정의 최대목표로 삼고 있지만 삶의 질을 결정하는 '돈과 시간'이 소수의 국민에게 집중되는 모순이 커져가는 느낌이다.
경제관료들은 올초부터 우리나라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 본격적인 봄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자들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한겨울의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경제당국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