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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05~2010)

광주시 '도시마케팅'에 대한 단상

광주시 '도시마케팅'에 대한 단상


 

입력날짜 : 2006. 08.22. 00:00

 

박준수 부국장 대우 경제부장
 "다른 것을 아무리 잘해도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주민이 먹고 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면 무능한 정치인이다".
 이 말은 1999~2003년 미국 앨러배마 주지사를 지낸 시글먼(Don Siegleman)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4년 재임기간중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일자리 제조기(job creator)'로 불렸다.
 앨러배마주 정부는 2003년 현대자동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주정부 헌법을 바꾸었고 210만평의 자동차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을 뿐 아니라 노조없는 공장설립을 약속한 바 있다. 현대차 앨러배마 공장에 현대가 1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주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2억5천만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그는 2003년 한국의 부품업체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현대모비스, 삼립산업, 한라공조, 만도, 신영금속 등도 동반진출하도록 유도해 현지공장을 설립중이다. 시글먼은 재임기간 한국기업 이외에도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이탈리아의 피아트, 영국의 로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국적 기업만 해도 15개를 유치했다. 그는 매년 평균 6~7차례씩 세계를 돌며 외국기업을 방문했고, 미국 최대명절인 추수감사절까지도 현대자동차 유치를 위해 서울에서 보냈을 정도로 기업가적 마인드를 가진 주지사였다.
 독일 남부에 자리한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 프라이브르그(Freibrug)는 태양에너지도시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흑림(슈발츠발트)보호와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재앙을 막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해 약 20년전부터 태양에너지를 도입하기 시작한 이 도시는 세계의 '환경수도'이자 '솔라시티'로서 명성을 높이고 있다. 오는 9월4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리는 '21회 유럽태양에너지 박람회'를 계기로 프라이브르그를 방문하려는 관람객들로 인해 국내에서도 9월3일 프랑크프르트행 비행기표가 매진되는 등 각국으로부터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동원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련의 활동을 '도시마케팅'이라 한다. 국내에서는 함평군의 '나비축제'가 대표적인 성공사례의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기업유치, 지역축제, 박람회 개최, 국제대회 유치, 공기업 운영 등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
 이와관련 광주시는 민선4기 4년동안 13만4천개의 일자리 창출을 내걸었다. 일자리 창출 방안을 살펴보면 오는 2010년까지 자동차산업의 생산능력을 연 80만대로 확충하는 등 자동차·전자·광산업 등 3대 주력산업의 매출액을 2004년 7조9천억원에서 2010년 31조원으로 증대시킴으로써 8만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4대 전략산업인 첨단부품소재·디자인·新에너지·문화콘텐츠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함으로써 1만여개의 일자리가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기업 콜센터를 추가 유치하고,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이전,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등으로 3만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져 청년실업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공약했다.
 민선 4기 광주시가 출범한 지 50여일이 지났다. 아직 이들 청사진이 현실화되기에는 짧은 기간이지만 구체적인 실행전략들이 하나씩 제시되기를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13만4천개 일자리 창출'공약이 생명력을 얻을려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주정부 헌법까지 바꾼 앨러배마 못지않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으로 가는 길에는 광주시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노조와 시민들도 제몫을 충실히 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노조의 대승적 투쟁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행정참여가 '잘사는 광주'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