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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05~2010)

MB정부 5년, 호남의 운명은?

MB정부 5년, 호남의 운명은?


 

입력날짜 : 2008. 02.19. 00:00

 박준수 경제부장
  
 이명박(MB)정부 출범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권력대이동의 변화가 실감있게 와 닿는다. 최근 발표된 청와대 비서진 인선에서도 그렇고 내각구성에서도 영남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반면 호남출신은 가뭄에 콩나듯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참여정부의 공약이자 업적인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와 서남해안개발계획(J프로젝트), 균형발전법 등 지역관련 개발사업도 동력을 잃고 표류할 처지에 놓였다.
 이른바 '호남정권 10년'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광주에 몸담고 있어서 그런건지 몰라도 정권이 바뀌는 풍경이 가을날 조락처럼 스산하다.
 이런 소회는 비단 권력 구심점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다는 상실감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 겪게될 5년의 불확실성에 기인하다는게 정확한 진단이다.
 돌이켜보면 광주·전남은 두번의 정권을 창출한 주역이면서도 일반시민들이 얻은 반대급부는 민주화를 이뤄냈다는 자긍심 이외에 별다른 보상이 없었다. 몇몇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이 혜택을 누렸을뿐 일반시민들의 삶의 질은 오히려 후퇴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부동산 광풍으로 수도권 아파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지방은 거북이걸음이었고 그마저도 각종 규제가 뒤따르면서 광주지역 미분양아파트가 1만가구를 넘어서고 있다. 나주 혁신도시 보상도 낮은 공시지가로 인해 원주민들은 쥐꼬리만한 돈을 쥐고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호남정권 10년'의 짧지않은 세월속에서도 이렇다할 산업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결과 대학을 졸업하고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이 지역 청년실업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참여정부 탄생 1등 공신이라 할 수 있는 재래시장 상인들은 물밀듯 밀려온 대형점들의 난립에 의해 지난 설명절에도 썰렁한 대목을 맞아야했다.
 과거는 그렇다고 치자. '경제대통령'을 브랜드로 내건 MB정부가 오는 25일 청와대에 입성하면 뭔가 희망의 보따리를 풀어놓지않겠는가. 대다수 시·도민들은 밑바닥에서 출발해 자수성가한 MB의 서민적 정서와 CEO로서의 경제마인드에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그가 공약한 '대한민국 747'(연 7%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7대강국진입)의 미래 청사진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긍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호남을 휘감고 흐르는 공기가 심상치않다. 무엇보다도 국정을 움직이는 조타실에 호남의 지형을 잘아는 항해사가 한명도 승선하지 못한 것이 불안감을 안겨준다. 뿐만아니라 MB가 '비지니스 프랜들리'(business-friendly 기업친화적)를 표방한 이후 대기업들이 앞다퉈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수도권이나 영남에 눈독을 들이는데 바쁘지 광주·전남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는듯하다.
 영남지역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국내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대구로' 몰려오고 있다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달성군 국가과학산업단지 조성, 낙동강 대운하개발, 돔야구장 건설 등 대형개발사업과 건설공사가 예정된 대구권에 사업추진을 위한 현지실사에 들어가는 등 국내 대기업들이 대구진출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호남의 대표기업인 금호아시아나 그룹마저 부산을 제2의 전진기지로 삼기위한 '동진정책'을 본격화해 영남으로의 경제적 쏠림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최근 부산국제항공에 대주주 참여를 선언하면서 "신입사원은 100% 부산출신 젊은이들을 고용하겠다"면서 향후 이 지역발전에 한몫을 담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금호의 이러한 행보는 재계 7위라는 위상에 걸맞지않게 영남에 든든한 사업기반이 없는데다 호남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금호타이어제품이 잘팔리지않고 금호렌트카도 고전하는 등 사업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최근 영업이익 하락을 이유로 광주와 곡성공장 등 직원들을 대상으로 오는 2012년까지 800명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처럼 사람도 기업도 모두 '동진'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금 광주·전남에서 4월 총선을 준비하는 예비후보자들이 이 시대적 소명을 얼마나 가슴깊이 헤아리고 고뇌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여하튼 새 정부가 할 일은 국부를 늘리면서도 국민이 고루 잘살게 하는 게 국정의 최우선 가치이다. MB정부 5년 동안 광주·전남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질지 지역민들은 노심초사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