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2005~2010)

'스포츠이벤트와 자본주의 코드'

'스포츠이벤트와 자본주의 코드'


입력날짜 : 2008. 08.12. 00:00

 박준수 경제부장
 
 
 2008 베이징올림픽의 열기가 만리장성을 넘어 한반도까지 흥분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연일 전해지는 '금빛 낭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고유가·고물가에 따른 생활고로 짓눌려온 국민들에게 기(氣)를 불어넣어 모처럼 환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늘 그랬듯이 이번 올림픽에서도 태극마크를 단 우리선수들은 불굴의 투혼과 강인한 집념으로 연일 '기적'을 일궈내고 있다. 남자 유도 60㎏급 최민호가 전 경기 한판승 행진으로 첫 금메달을 거머쥔 것을 시작으로 한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이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44년 만에 첫 금메달을 따냈다. 박태환의 금메달은 '동양 남자 선수가 72년 만에 따낸 올림픽 자유형 금메달'이라는 영광이 더해졌다. 또 태극낭자들은 양궁여자단체전 결승전에서 홈팀 중국을 물리치고 6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이들은 지난 4년간 오로지 승리의 월계관만을 그리며 혹독한 훈련과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이겨낸 진정한 영웅들이다. 스포츠는 이처럼 인간이 극한상황속에서 땀흘려 이룩한 결실을 한편의 감동드라마로 펼쳐보이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스포츠를 만국의 공통어로 표현하기도 하고 화합과 평화의 제전으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올림픽은 단합, 우정, 전진, 참여 등 신성한 스포츠정신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경연장이자 확대재생산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One World one Dream)을 슬로건으로 내건 베이징올림픽 역시 치밀하게 계산된 '스포츠마케팅'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중국당국이 무제한의 예산지원을 약속하며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이머우에게 전권을 맡겨 연출된 개막식은 그야말로 '중국혼'을 유감없이 보여준 역작이었다. 100년간의 꿈이 집약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그는 전 세계 65억명의 시청자들에게 중국의 눈부셨던 과거와 유구한 문명을 감동적으로 재해석했다.
 장이머우는 언론으로부터 '1시간 15분짜리 역사영화 한 편을 빈틈없이 잘 짜인 각본으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코드가 숨쉬고 있다. 중국의 4대발명품을 현대문명과 오버랩핑한 것이나 성화점화를 극도의 보안속에 감짝연출한 것 등 모두가 지난 30년간 중국이 추구해온 자본주의를 극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얻게될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에 따르면 올림픽예상 수입은 23억6400만달러, 지출은 23억4천700만달러로 순수익은 1천600만 달러로 예상된다. 또 올림픽 개최 후 7년 동안 베이징 시의 경제성장은 1~2%포인트, 중국의 경제성장은 0.3~0.4%포인트 상승하고, 18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림픽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투자와 소비 촉진 외에, 세계적으로 중국 문화와 경제, 여행, 음식 열기가 고조됨으로써 얻는 경제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림픽 시즌이 한창인 요즘 광주도 '하계U대회' 유치 재도전여부를 놓고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광주시는 국제스포츠 이벤트유치를 통해 열악한 체육시설 및 인프라를 확충하고 도시이미지 제고와 경제적 파급효과 등 도시마케팅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재도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반해 반대측은 1차도전때 시민의견수렴 부족 및 경비사용내역 비공개, 그리고 유치효과가 크지않을 것이란 점을 들어 부정적인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국제화가 더딘 광주시의 경우 국제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해 경제의 패러다임을 역동적으로 살려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는 것 같다.
 따라서 광주시가 'U대회'유치 재도전을 성공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신뢰할만한 추진전략과 준비체계, 그리고 경제적 효과 등 유치성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자료를 제시하며 공감대를 넓혀가는 노력이 좀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차도전때 들어간 '매몰비용'(sunk cost)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2차도전은 불패의 승부수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