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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05~2010)

먹거리 오염…'소비자 힘' 보여주자

먹거리 오염…'소비자 힘' 보여주자


 

입력날짜 : 2008. 09.30. 00:00

 박준수 경제부장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잠잠해지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중국산 유제품에서 멜라민 성분이 검출돼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멜라민 파동은 유아들이 먹는 분유와 과자류, 커피를 비롯 우리가 매일 즐겨찾는 간식에 사용된 첨가물이어서 더욱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멜라민(Melamine, 성분명:cyromazin)'은 공업용 화학물질로 암모니아와 탄산가스로 합성된 요소비료를 가열해 생산된 물질이라고 한다. 그리고 동물 사료 및 유제품의 품질 검사 과정에서 일부 기관이 고가의 단백질 농도 측정법 대신 경제적 이유로 단백질의 주 구성성분인 질소 함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쓰면서 멜라민을 식품에 첨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희석한 우유에 단백질함량이 많은 것처럼 눈속임하기 위해 멜라민을 추가한 데서 비롯돼 차츰 다른 가공식품으로 번져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분유 등에 들어 있는 다량의 멜라민을 섭취 했다면 급성신부전 발생 위험이 매우 크다"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 제이앤제이 인터내셔널의 '밀크 러스크'에서 첫 모습을 드러낸 독성물질 멜라민이 자판기와 커피전문점용 중국산 커피크림에서도 검출되면서 멜라민 공포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접한 국민들은 제조업자와 수입업자의 눈먼 상혼에 분노하면서도 식품안전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당국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수입 제품의 통관과정에서 철저한 검역이 이뤄졌더라면, 또 식품업체들의 수입제품에 대해 철저한 안전관리가 이뤄졌더라면 이런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터지는 중국산 먹거리 안전사고는 시민들의 입에서 "도대체 먹을 수 있는 게 없다"는 푸념이 터져나오게 한다.
 2000년대 들어서만 '파동'이라고 불릴 만한 큰 사고가 1-2년마다 한 번씩 반복되고 있어 중국산 먹거리 전체에 대한 불신을 지속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 2005년 7월 중국산 장어에서 '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산업용 색소가검출돼 파문을 일으켰고 같은해 10월 중국산 김치파동이 우리의 식탁을 뒤흔들었다. 이어 지난 4월 큰 파문을 일으킨 농심의 '생쥐머리' 새우깡 사건도 이 노래방새우깡을 반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던 곳이 중국 칭다오에 있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의 제조업체였다.
 그러나 사고가 터질때마다 중국산 수입 식품들에 대한 보건 당국의 검역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유형의 식품 사고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면서 허술한 원산지 표시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원료의 원산지를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입처가 자주 바뀔 때에는 원산지 표시를 '수입산'으로만 표시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부분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때도 문제로 지적됐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가 이번 파동을 계기로 손질에 나선 것은 뒷북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제는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먹거리 오염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 모든 식품을 구입할 때 반드시 원산지 표시와 원재료 및 성분표시를 꼼꼼히 살펴보고 구입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 첨가물의 경우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식약청 홈페이지 등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하나씩 하나씩 배워나가면 어느 정도 유해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문제를 일으킨 업체나 업소에 대해서는 다시는 먹거리로 돈을 벌지 못하도록 불매운동을 벌여 퇴출시켜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산으로 넘쳐나는 식품을 구입하기 보다는 가급적 가정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하거나 만든 안전한 식품을 먹는 것이 최상이다. 그것이 불황기에 생활비도 절약하고 건강도 지키는 '일석이조'의 지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