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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05~2010)

정치권, 설 민심 잘 살펴야

정치권, 설 민심 잘 살펴야


 

입력날짜 : 2009. 01.20. 00:00

 

 
 박준수 부국장 겸 정치부장
 
 지난주 광주·전남 정치권은 추운 날씨속에서 정치적 빅이벤트로 들썩거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해 첫 지방 나들이로 광주·전남을 방문했고, 뒤이어 민주당 지도부가 대거 광주에 내려와 'MB악법저지결의대회'를 가지면서 광주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몇차례 광주·전남 방문을 계획했지만 상황이 여의치않아 미뤄졌다가 이번에 '지방보듬기와 호남배려'라는 의미를 담아 지지기반이 취약한 호남땅을 밟았다. 민주당 역시 '입법전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뒤 여세를 몰아 텃밭에서 전열을 재정비하는 거리 퍼레이드를 벌였다.
 별개의 정치적 행사였지만 MB정권 집권 2년째인 새해 벽두 정치권이 전략적 요충지인 광주·전남에 갖는 이벤트의 의미는 각별한 것같다.
 올해 남쪽에서 불어올 정치기류가 그만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에 중요한 풍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들어 여야 모두 새롭게 형성된 정치지형속에서 그동안 탐색과정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제 색깔을 낼 채비를 하고 있다.
 10년만에 여당으로 복귀한 한나라당, 야당으로 운명이 바뀐 민주당 모두 그동안 새로운 옷을 고르느라 소란스러웠지만 이제는 각자의 역할극에 맞는 의상을 갖춰입고 민심을 향한 무대로 한발짝 다가서고 있다.
 지난 18일 'MB악법저지결의대회' 참석차 광주에 내려온 민주당 정세균대표는 정치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12일동안 투쟁하면서 당 결속력이 강화된 게 큰 소득이다"면서 "야성을 회복해 본격적인 MB악법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별렸다.
 이러한 배경에는 설 이후 굵직한 정치현안과 일정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여야간 민심쟁탈전이 어느 때보다 격렬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2월에 '2차 입법전쟁'이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다가오고 있고, 4월 손학규, 정동영, 박희태 등 거물급들의 출마가 예상되는 '미니총선' 일정이 잡혀있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지난 총선 패배후 외유중인 이재오 전 의원이 봄 귀국을 준비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올해 설은 여야 모두에게 커다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벌써 이번 설을 전후해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민생행보에 분주하다. 경제위기 이후 처음맞는 이번 설이 밑바닥 민심을 읽어내고 거기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짜내 2월 입법전쟁과 4월 미니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 여기서 상승세를 타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넘볼 수 있는 만큼 첫 단추를 잘 꿰야하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으로서는 집권당의 지렛대를 활용해 설 민심을 유리하게 이끌어 못다 이룬 두 자리수 지지율의 꿈을 이루려 할 것이고, 민주당은 아성을 지키려고 총력을 경주할 것이다.
 이처럼 정치권은 설 민심을 원동력으로 세력확장을 꾀하지만 정작 대다수 지역 서민들은 이번 설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경기침체가 새해들어 더욱 깊어지면서 지역경제계는 휴폐업과 고실업, 그리고 극심한 돈가뭄으로 설을 따뜻하게 쇨 수 있는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주 이명박 대통령이 광주·전남을 방문해서 언급한 지역 현안 적극지원 약속은 더욱 중차대한 무게감을 갖는다.
 특히 오락가락하던 호남고속철 완공시기 문제에 관해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확약한 것과 전남도의 J프로젝트, 광주 R&D특구 등 공약사항에 대해서도 지원의지는 반드시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나는 급한데 장관들은 신중하다'는 대통령의 언급처럼 해당부처가 지역현안의 시급성과 필요성에 맞춰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해 결국 대통령의 립서비스로 끝나면 '지방보듬기와 호남배려'라는 진정성은 묻히고 말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도 텃밭을 수성하기 위한 보다 혁신적이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