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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눈꽃

눈꽃

박준수

 

바람이 불면 눈꽃은 부스스 눈을 뜨고서 
계절이 거두어간 빈 나뭇가지에
제 추억만큼 시린 눈꽃을 피운다  
아스라한 신기루의 도시 골목 사이로
눈꽃의 향기는 코끝에 찡하고
계단이 높은 옛 여인의 집 편지함에
묵은 사연을 전한다
파아란 편지지에 하얀 글씨로 쓰인 눈편지
아마 지금쯤 부재중인 사랑은
어젯밤 꿈속에서 흠뻑 젖었던 눈꽃을 기다린다
내가 다녀갔던 젊은 날의 길 위에서
속절없이 남겨진 눈 발자국
간혹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봄에 눈이 먼다
그리고 눈이 사라진 후에야 그 포근함을 알아차린다
그 쓸쓸함마저 감미로운 것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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