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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주 구도심 역사를 복원하자

광주 구도심 역사를 복원하자
박준수
경영사업국장 겸 이사

광주만의 독특함이 구축되어야

석불·석탑 원래의 자리에 복원을


 

입력날짜 : 2015. 03.02. 20:17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부지에 조성중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오는 9월 개관하면 광주에 찬란한 문화융성의 서막이 열릴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12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계획이 발표된 지 꼬박 10년만의 결실이다.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생산유발효과는 8조7천억 원, 고용창출효과는 11만 명에 달하고, 연간 20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면 광주는 그야말로 ‘문화로 밥먹고 사는’ 창조도시가 될 것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이 오픈하면 어떤 환타지를 보여줄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파리의 퐁피두센터,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에 버금가는 문화적 파급력을 분출할 것이다.

하지만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포지셔닝하기 위해서는 전당 안에서 이뤄지는 이벤트뿐 아니라 전당 밖 광장과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광주만의 독특함이 구축되어야 한다. 광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문화전당 관람 후 자연스레 주변 광장과 거리를 탐색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광주 도심은 외관상 광주의 역사적 변천을 품고 있는 징표들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관광객은 단지 새로운 건축물이라든지 자연경관만을 보러 어떤 도시를 방문하지 않는다. 추억할 수 있고 기념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관광객에게 그곳은 생생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파리의 퐁피두센터가 마레지구 등 주변지역의 명소와 결합해 흡인력을 높이듯 관광객에게 매력을 끄는 것은 그 지역에서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이다.

따라서 문화전당 광장과 골목길에 묻혀있는 역사의 숨결을 건져올려 스토리텔링으로 구현함으로써 매력으로 발산시켜야 한다. 문화전당 일대는 고려시대 이래 행정치소가 자리한 광주읍성의 중심이자 광주역사의 발원지로서 전남도청, 5·18 민주화운동의 현장이다. 광주읍성은 고려말에 축조돼 조선초기 석성으로 바뀌었으며, 1907년 일제에 의해 철거되었다. 파리의 도로가 개선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퍼져가듯이 문화전당 앞 광장은 광주 근대 100년 역사의 중심축으로서 앞으로 펼쳐질 천년의 환타지가 피어오를 발아점이다.

또한 충장로는 광주읍성 시대 북문과 남문을 연결하는 대로이자 일제시대부터 광주의 대표적인 상가거리로 1970-90년대에 극장, 살롱, 다방이 밀집해 만남의 거리이자 청춘의 거리였다.

현재 광주읍성 터는 문헌상으로만 남아 있고 근대 주요 건축물들도 개발과정에서 하나 둘 자취를 감추어 과거의 흔적을 반추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선조들이 남겨놓은 문화유산은 오늘날 도시경쟁력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도시의 디자인이 중요하지만 과거에 대한 추억과 기억을 간직할 수 있는 역사성을 상실한다면 무의미한 것이다. 세월의 흔적을 이야기로 만들고 그것들이 우리의 역사가 되었을 때 비로소 문화유산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문화전당 주변 광장과 충장로, 금남로 등 광주읍성 터에 녹아 흐르는 역사적 스토리를 현재의 모습에 투영시켜 새로운 컨텐츠로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우선 광주읍성 4대문 가운데 원형의 모습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 공북루(절양루)를 복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난 2013년 (재)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의 조사를 통해 공북루의 기능과 역할, 위치, 철거시기, 시문, 현판이 확인됐고, 왜란·호란때에 의병창의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또 4대문 앞에 세워져 수호신 역할을 한 석인상 법수를 전남대박물관이 보관 중인데 이를 제자리에 복원하면 새로운 명물이 될 것이다.

아울러 도시팽창과 개발과정에서 설자리를 잃고 마아처럼 보호되고 있는 석상과 탑을 원형지에 재배치하면 어떨까. 예를 들면 광주시립민속박물관 앞마당에 놓인 십신사지(十信寺址) 석불과 석비를 원래의 자리로 옮겨 장소성을 강화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 유물들은 원래 구 전남도청 부근에 있었다는 대황사(大皇寺)에 세워졌으나 북구 임동 구 광주농고 터에 있던 것을 학교 이전과 더불어 현재의 자리에 놓이게 됐다. 이외에도 많은 유물들이 개발의 물결에 떠밀려 또는 관리상 편의 때문에 원래의 자리를 잃고 실향민처럼 떠돌고 있다.

불교문화와 민속신앙은 아시아의 가장 보편적인 문화코드이다. 그동안 광주시가 추진해온 서구적인 폴리와 대비되어 더욱 동양적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문화전당의 약점으로 지적된 랜드마크의 취약성을 보완할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