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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29 재보선과 민초들의 자화상

4·29 재보선과 민초들의 자화상
박준수
경영사업본부장·이사

흔들리는 텃밭, 민심은 어디로… 민초들에게 봄은 언제 오는가


입력날짜 : 2015. 04.06. 20:07

4월 남녘 대지에 봄이 웅숭깊다. 어제 내린 봄비가 만개한 벚꽃을 낙화유수로 한풀 꺾어 놓았지만 물오른 남도의 산하에는 꽃이 지천이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의 꽃봉우리가 촛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어쩌면 봄은 신화 속에서 탄생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면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에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딸 페르세포네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딸을 명부의 신 하데스가 지하로 납치해 갔다. 데메테르는 딸을 찾아 온 대지를 뒤졌으나 찾지 못하자 깊은 슬픔에 잠겨 땅을 얼려버렸다. 긴 겨울이 계속되자 결국 신들의 중재로 데메테르는 그녀의 딸과 일 년 가운데 2/3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품으로 딸이 돌아오자 비로소 봄이 찾아왔으며, 페르세포네를 ‘봄처녀’라 부른다.

봄날 민초들의 세상은 어떠한가.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선을 앞두고 광주 서구을 지역민심이 들썩이고 있다. 통진당 해산으로 공석이 된 이곳에는 새누리당 정승 후보를 비롯 새정치 조영택, 정의당 강은미, 무소속 조남일, 천정배, 송기진 후보 등 6명이 출사표를 낸 가운데 선거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3일 발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선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새정치 조영택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초반 판세라 예단은 금물이나 새정치 중진으로서 탈당과 더불어 지역구를 옮긴 천 후보가 명분없는 출마라는 일부의 지적에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문재인 대표를 비롯 새정치 지도부가 대거 내려와 텃밭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조영택 후보 역시 18대 총선 당시 인근 서구갑에서 당선됐던 터라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다. 민심의 기저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얼마만큼 선거판세에 작용할지 미지수이지만 지역민의 새정치에 대한 지지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정치와 조 후보측은 일시적인 ‘꽃샘추위’일 거라고 판단하는 듯 싶고 천 후보측은 움튼 꽃잎이 활짝 만개할 거라는 믿는 듯 하다.

여론조사에서 3위를 차지한 새누리당 정승 후보측도 애가 타는 상황. 2012년 4월 총선에서 이정현 후보가 39.7% 득표율 기록, 이변의 가능성을 열어놓기는 했으나 지난 3월26일 그의 ‘쓰레기통’ 발언으로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이정현은 “지역발전을 위해 크게 일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인물이 새누리당이란 이유로 광주에서 또 버림받으면 안 된다는 의미로 호소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크다. 이유는 지난해 7·30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26년 만에 보수집권당인 새누리당 의원에 당선된 그였기에 진화가 쉽지 않다. 그가 ‘예산지킴이’라는 브랜드로 국회 등원까지 성공한 배경에는 서구을 주민이 그의 진정성을 믿고 기꺼이 표를 찍은 것이 디딤돌로 작용했는데 그 의미를 퇴색시켜버린 것이다.

보궐선거는 당끼리 사활을 걸고 총력전을 펼치는 총선과 달리 후보개인의 호감도가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강은미, 조남일, 송기진 후보도 나름의 틈새공략으로 판세를 바꿀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과연 누가 ‘봄처녀’가 될지 좀더 지켜볼 일이다.

문제는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작년 4월16일 온 국민을 슬픔 속으로 침잠시킨 세월호 사건 이후 정치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민이 급박한 위기상황 속에서 구조의 손길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누가 정부와 정치를 신뢰하겠는가.

게다가 민초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가장 고질적인 양극화와 청년실업은 개선되지 않은 채 디플레이션의 수렁 속으로 떠밀려가는 상황이다. 정부는 일시적인 경기후퇴라고 진단하고 있지만 기준금리가 1.75%까지 하락한 상황에도 소비와 투자심리는 더욱 움추러들고 있다. 일례로 서울 강남의 상가들마저 매출이 급락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정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정치는 그렇게 국민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지 않다. 온 대지를 뒤져서라도 자신의 딸을 구하려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처럼 따뜻한 손길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회의가 가득한 4월이다. 민초들에게 봄은 언제 오는지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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