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연가 7

스페인 연가 7

-알함브라

 

누군가의 마법에 홀려 나 여기에 왔네
신비의 붉은성, 알함브라
왕들은 떠나고 허물어지고 낡은 고궁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황홀함은 어디서 오는가

메수아르의 방 회벽에 새겨진 알라의 예언
종유석의 에메랄드빛 찬연한 천정조각들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시네

사자정원에 솟구치는 분수는 평화롭고
방마다 비밀스런 사랑이야기가 들려오네
대사의 방에서 만나는 오묘한 벽화
신비와 낭만 속으로 한발 한발 빨려드네

해와 달이 노니는 정원에는
왕만이 허락되는 금남의 구역
온갖 꽃과 나무와 새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요정들이 춤추고 노래하네

이 아름다운 마법의 성을 떠나야 했던
비운의 왕 보압딜 엘 치코 
유순하고 상냥했던 그를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천혜의 요새 알카사바에 오르니 
전쟁과 지진으로 허물어져간 성채가 아프게 느껴지네
매년 정초가 되면 벨라탑의 종이 울린다지
그리고 종을 치는 아가씨는 행운을 얻는다지
하지만 여기 찾아온 모든 이들은
오래도록 벨라탑의 종소리에 마음을 빼앗길 터
마법에 홀려 밤을 뒤척이는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