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에게 길을 묻다
知天命에 이른 나이,
길위에 그림자가 낙엽처럼 떨어져 있다
수만리 길을 걸어왔건만
수천개 갈림길을 용캐도 헤쳐왔건만
더 이상 길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지나온 길이 있을 뿐
가을날 낙엽의 길을 묻는 이가 없듯이
세상의 길을 홀로 걸어왔을 뿐이다
가난한 날 불쑥 날아든 최고통지서처럼
인생은 빚쟁이에 쫓겨
길 아닌 길로 가는 비틀거림
독촉장을 전해주는 집배원에게
나의 길을 묻으려 하지만
외로울수록 문턱은 높아지고
가야할 길은 아득히 낮아지는데
집배원은 오늘도 최고통지서를 놓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