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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선진성에서 쓰는 편지

선진성에서 쓰는 편지

 

벚꽃이 또 피었구려
겨울이 퇴각한 쓸쓸한 뒤뜰에
천수각 무너진 폐허에
묵은 세월을 달려 여기에 왔구려

허허, 어쩌나 오늘밤 비바람 불면
천하를 밝히던 등불도
한갖 꿈처럼 스러지고 말 것인데 
무심도 하지
분분히 떠난 후 누가 기별이나 알까

세상 유람하는 일이 위태로운 것같소
누군가는 또 목숨걸고 성벽을 오를 것이요
칼을 품고 허공을 살다가
낙화가 되어 떨어질 것이요

금명간 남쪽 바다 건너 대군이 온다지요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시국이 염려돼서 그러는 게 아니오
만개한 벚꽃이 상할까 두려워 그러하오
마음 한켠 묻어둔 추억을 떠올리며
봄날 안부를 전하오.

*경남 사천에 있는 성으로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주둔하면서 수많은 조명연합군이 희생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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