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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스트(GIST)에서 아침을

지스트(GIST)에서 아침을
박준수/경영사업본부장·이사

지역사회 활력 일으키는 발전소 역할

‘모소 대나무’처럼 울창한 테크노밸리를


 

입력날짜 : 2015. 08.03. 19:35

 

광주 첨단단지 내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에서는 매달 한차례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조찬포럼’이 열린다. 지난 6월 문승현 총장 취임 100일에 즈음해 닻을 올린 이 포럼은 지스트가 지역사회와 하나되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다.

포럼회원은 주로 기업대표들이며 공무원, 금융인 등이 포함됐다. 필자는 지스트 초기 출입기자로서 LAB(연구실) 활동상을 소개하고 설립 10년사 집필에 참여한 인연으로 초대되었다.

아침 이슬이 기지개를 켜는 오전 7시. 이른 시간임에도 오룡관 포럼장은 50여명의 참가자들로 금세 활기가 넘친다. 이 자리에는 문승현 총장, 이병훈 대외협력처장 등 본부 보직자들과 교수들이 참석해 포럼회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그간의 안부를 묻고 상호 관심사에 대해 자유롭게 담소를 나눈다. 식사가 끝나면 대학에서 수행중인 연구 프로젝트 발표가 이어진다. 자동차, 가전, 광산업 등 지역 전략산업과 관련되거나 전기자동차, 촉감미디어, 문화기술 등 최신 기술 동향 등 참석자들에게 관심을 끌만한 내용을 소개한다.

지난 7월 20일에는 고광희 기전공학부 교수(한국문화기술연구소 소장)가 3D기술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개발 사례를 소개해 높은 관심을 끌었다.

나주 고분에서 발견된 옹관묘 등 역사 문화유적을 입체영상으로 복원해 실물처럼 생생하게 경험하게 하는 기술인데, 지난달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기간 중 국립나주박물관에서 선보여 높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 기술은 응용범위가 넓을 뿐 아니라 특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연계하면 풍부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문화기술을 활용, 조선시대 학문의 도량인 서원 르네상스 조성방안을 연구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교수들이 수행중인 연구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지스트가 보유한 원천기술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기업의 기술적 애로를 해결함으로써 지역사회에 활력을 일으키는 발전소로서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오늘날 미국 실리콘밸리가 탄생한 배경은 스탠퍼드라는 우수한 이공계대학으로부터 비롯한다. 지스트 역시 이 모델을 국내에 적용한 케이스이다. 지스트의 혁신적인 과학기술 역량을 원천으로 첨단단지에 첨단산업체를 결집시키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광주·전남의 경제수준을 끌어올린다는 염원이 깃들어 있다. 따라서 지스트는 우리지역을 견인하는 두뇌집단이자 성장엔진인 것이다.

그럼에도 지스트의 존재에 대해서 아는 지역민이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에 관한 에피소드 한토막이 있다.

시내버스에서 어느 대학생이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자 그 할머니는 고마운 마음에 어느 대학에 다니냐고 물었다. 학생이 대답하기를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에 다닙니다”라고 하자 할머니 왈, “학원에 다니는 구먼, ...”했다는 것이다. 실화인지 유머인지는 모르지만 지역내 지스트의 낮은 인지도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스트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우수한 교육연구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4년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QS가 발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 부문에서 세계 4위를 차지했다. 또한 2014년 처음 평가된 THE(Times Higher Education) 세계 대학평가에서는 공학·기술분야 국내 4위, 세계 96위를 기록했다. 2015년 2월 박사과정 졸업생의 재학중 SCI급 논문 게재편수가 1인당 약 7.8편에 달해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졸업생중 110여명이 KAIST,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뉴욕시립대 등 국내외 명문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되어 그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같은 지스트의 놀라운 발전은 중국의 극동지방에서만 자라는 희귀종 ‘모소 대나무(Moso Bamboo)’를 연상케 한다. 모소대나무는 씨앗을 뿌려놓고 4년이 지나도록 정성껏 돌봐도 불과 3cm밖에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5년째 되는 날부터 하루에 무려 30cm가 넘게 자라기 시작해 6주 만에 15m이상 자라게 되고, 순식간에 빽빽한 대나무 숲이 된다. 모두가 고개를 저었던 4년의 시간동안 모소대나무는 하늘을 향해 높이 자랄 수 있도록 땅 속 깊이 수십m에 이르는 단단한 뿌리를 내린 것이다.

올해로 개원 20주년을 맞은 지스트는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지만 지역사회에 울창한 테크노밸리를 만들어내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스트가 기업인 조찬포럼을 열고, 혁신도시 입주공기업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활동들은 지역사회를 향해 뿌리를 펼쳐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노력들이 5년 후부터 광주·전남을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Quantum leap)으로 이끌게 될 것으로 믿는다.

한편, 지역발전에 대한 아이디어에 목마른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지사도 한달에 한번 지스트에서 아침식사를 하면 어떨까. 비록 공기밥에 국 한 그릇의 소찬일지라도 기업인들과 함께 지스트 교수들의 특강을 들으면 ‘왕후의 밥상’처럼 마음이 풍성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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