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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전당은 광주의 원점(原點)이다

문화전당은 광주의 원점(原點)이다
박준수
기획관리실장·이사

문화 접목한 도심재생 프로젝트

광주의 진면목 알리는 계기돼야


 

입력날짜 : 2015. 10.05. 19:33

 

아시아문화전당이 부분 개관 한달을 맞은 가운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논자의 시각에 따라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교차한다. 전당의 운영주체에서부터 지향점, 콘텐츠의 완성도, 마케팅, 직원 선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불협화음이 노출되고 있다. 10년에 걸쳐 완공된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여서 기대가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파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아직 미완상태라 정확한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다.

이에 앞서 깊이 생각할 점은 아시아문화전당이 광주에 건립된 존재이유를 망각해선 안된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외형상 문화를 접목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산업시대에 번영을 구가하던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이 구도심에 미술관이나 공연장, 전시장을 지어 활력을 회복한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랜드마크적 문화시설로부터 시작된 도시재생 계획이 도시 전체를 바꾸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술관의 브랜드 파워가 빌바오의 도시 경쟁력을 세계도시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또 하나는 문화전당이 들어선 곳의 장소성이다. 이곳은 옛 광주읍성의 경계 내에 있는 곳으로서 근대도시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이후 전남도청, 5·18 민주화운동의 현장이자 100여 년간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함축한 타임캡슐이다. 특히 80년 5월 항쟁의 거점으로서 민중의 에너지가 결집된 광주의 원점에 문화전당이 자리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의 정체성을 논할 때 광주정신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광주정신이란 뭘까? 광주는 스스로를 예향(藝鄕), 의향(義鄕), 미향(味鄕)으로 정의한다. 예술을 사랑하고, 정의롭고, 맛의 고장임을 자부한다. 이 3향(三鄕)의 브랜드에는 전라도인의 기질과 흥과 신명과 역사가 녹아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긍심은 광주를 광주답게 만드는 정체성이자 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렇다면 외지인들이 느끼는 광주의 인상은 어떤 것일까?

그동안 필자가 직·간접으로 접한 내용을 종합하면 3향(三鄕)의 특질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내밀한 감정에서는 약간의 거리감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 원인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그동안 외부인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지역감정, 정치공학, 경제적 격차 등 외적인 힘이나 환경으로부터 원인을 도출했다. 오랫동안 소외되고 억압받아온 현실적 인식이 깊이 투영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억울한 심정을 내면화하는데 익숙했지, 이를 적극적으로 신원(伸寃)하는데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순수함과 올곧음을 안으로 삭힐 게 아니라 광장으로 나아가 당당히 외쳐야 한다.

그리고 그 외침의 광장은 바로 아시아문화전당이다. 파리의 도로가 개선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퍼져가듯이 문화전당은 광주의 문화가 교차하는 중심으로서 현대적 삶과 결합하면서도 외부의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이다.

지금 광장의 거대한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가 예향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아시아의 중심에서 문화융성을 구현할 수 있는 용광로이자 산실이다. 이제 문화전당이란 새로운 프리즘을 통해 광주의 진면목을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빌바오 도시재생 사례는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만으로 된 것은 아니다. 지역자산을 활용하여 주변지역과 일체된 포괄적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즉, ‘빌바오 메트로 폴리 30’이라는 바스트 지역의 130여개 공기업 및 민간기업으로 구성된 민간협력체의 설립, 전통적인 지역축제, 빌바오 네르비온 강의 수변공간 정비, 아반도이바라 주거지정비 등 그 지역의 종합재생계획이 전반적인 지역 활성화를 도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빌바오 도시재생 성공 방정식은 아시아문화전당에도 적합한 모델이다.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포지셔닝하기 위해서는 전당에서 이뤄지는 이벤트뿐 아니라 주변의 광장과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광주만의 정체성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것은 역사 속에 스며있는 독특한 스토리와 삶의 양식으로부터 생성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주체는 150만 광주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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