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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주(光州), 광저우(廣州)

광주(光州), 광저우(廣州)
박준수
경영사업본부장·이사


입력날짜 : 2015. 09.07. 19:28

지난달 취재차 다녀온 중국 광저우(廣州)는 여러 가지로 필자에게 여행의 묘미를 듬뿍 안겨준 곳이다. 음식, 만남, 장소체험 등 여행지에서 경험했던 즐거운 요소들이 어우러져 긴 여운으로 남는다. 광저우는 북경, 상해에 이은 3대 도시로 인구 1억 명을 거느린 광동성의 중심도시이다. 2010년 아시안게임 개최를 통해서 한국에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역사적으로는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이 군사훈련을 받은 황포군관학교, 임시정부가 잠시 머물렀던 항일운동의 거점으로 선열들의 자취가 서린 곳이다.

특히 광주시와 자매도시로서 20년 가까이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3박4일간 머물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풍물기로 펼쳐본다.



‘거상’ 꿈꾸는 호남사업가들



광저우는 음식문화가 발달한 맛의 고장이다. 이 곳 사람들은 몸치장에는 인색한 편이지만 맛있는 음식에는 아낌없이 투자한다고 한다.

광동요리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다양하다. “하늘에는 비행기, 땅 위에서는 책상, 바다 속에서는 잠수함만 빼고 다 먹는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광동이 음식의 고장으로 이름난 것은 입지적 여건과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다. 광동은 위로는 5개의 산맥을 첩첩이 두르고 발아래로는 주장강(珠江)이 바다와 닿아 있어 일찍이 외부세계와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19세기 열강들이 중국을 침탈하기 위해 먼저 이 지역에 눈독을 들인 것도 접근성이 탁월한 때문이다. 주장강변 모래톱이었던 사멘(沙面)은 난징조약과 텐진조약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열강들의 차지가 되어 각국 영사관과 은행, 교회, 성당 등 150개의 유럽풍 건물이 들어서 이채롭다.

그래서 광동요리에는 토마토 케첩, 굴 소스 등 서양 향신료와 서양 야채도 많이 쓰인다. 또한 광동 요리는 간을 싱겁게 하고 기름을 적게 쓰면서 재료 고유한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광저우에서 ‘거상(巨商)의 꿈’을 안고 고군분투하는 전라도 출신 교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흥 출신으로 ‘서라벌’이라는 상호로 광저우, 심천, 홍콩 등 3개 도시에 모두 6개의 한식당을 운영하고 신홍우(申洪雨) 회장(65)이 맏형격이다. 신 회장은 외교관으로 홍콩에서 3년 근무하다가 84년 퇴직하고 사업에 뛰어들어 이곳에 일찍이 뿌리를 내렸다. 올해 5월 발족한 호남향우회 회장을 맡아 후배 사업가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광저우시내 중심가에 독자브랜드 더블유커피(W·coffee)로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는 서창호(徐昌豪) 회장(47)은 동광양이 고향으로 빠른 속도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주목받고 있다. 오랜 차(茶)문화로 인해 커피소비가 낮은 중국에서 과감하게 커피전문점을 개척해 스타벅스 못지않는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상해와 북경 진출을 목표로 현재 투자자를 모집중어서 조만간 전국 체인망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블유커피는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고 스넥을 서빙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해 특히 젊은층에 인기를 얻고 있다. 한식당 화개원의 심욱선 대표(49)는 광저우 동산구청과 광주 동구청이 공동투자한 한식당 소미헌을 운영하며 광저우 한인상공회 부회장을 맡아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차이나 프렌들리’ 시발점



함평 출신 정호철(鄭虎喆)사장은 1998년 중국에 진출해 한국으로부터 가공식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고, 진도가 고향인 정도현(鄭道賢) 울트라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광동TV에 출연해 한류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외에 노희철(盧熙喆) 광주시 주재관 등 12명의 향우회원들은 한 가족처럼 서로 돕고 훈훈한 정을 나누며 지낸다.

광저우 산업구조는 광주(光州)와 유사성이 높아 경제협력 차원의 시사점이 많은 곳이다. 광저우는 광산업(LED), 문화산업, IT산업을 주력으로 하며, 특히 모바일 게임시장 잠재력은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다. 광동성은 대륙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한·중 교역량의 30%를 차지하고 중국교역 화물운송의 40%를 처리하는 물류의 중심도시이다.

최근에는 홍콩의 물동량은 줄어들고 광저우 물동량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선족 동포 기업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어 한국기업들의 진출이 용이할 수도 있다. 현재 한국교민들은 의류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점차 사업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광저우는 아직까지 한국과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지만 중국 경제개방의 선진지이자 남방교역의 거점으로서 날로 성장하고 있어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내년이면 광주시와 광저우간 자매결연 20주년을 맞는다. 윤장현시장이 역점시책으로 내건 차이나프렌들리(중국과 친하기) 프로젝트가 이곳에서 활짝 꽃피우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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