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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6년 호남의 정치운명은?

2016년 호남의 정치운명은?
박준수 기획관리실장 겸 이사


입력날짜 : 2016. 01.04. 18:24

2016년 광주·전남의 신년 화두는 단연 ‘호남정치 복원’으로 집약된다. 차기 대선을 1년 8개월 앞두고 치러지는 4·13 총선이 불과 1백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호남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이른바 안(安)신당이 견인하는 호남발(湖南發) 야권재편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김한길 등 야당 거물급 인사들이 잇따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신당행 열차에 몸을 싣고 있다.

호남정치는 지금 깊이를 알 수 없는 소용돌이의 한 복판에서 잠룡들이 신당 창당을 통해 승천을 노리는 형국이다. 안(安)신당뿐 아니라 천(千)신당, 박(朴)신당, 그리고 김민석 전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 등 군소정당(모임)까지 호남을 발판으로 독자세력화를 적극 도모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호남정치 복원’이라는 명제를 추진동력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2016년 호남의 정치운명은 야권재편의 결과가 4·13 총선에서 얼마만큼 위력을 발휘하느냐에 판가름날 것이다.

급류에 올라탄 호남 정치지형

DJ를 구심점으로 오랜 동안 견고한 단일체제가 유지돼온 호남의 정치지형이 이처럼 여러 갈래로 분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호남인의 심정은 어떨까? 저마다의 소회를 함축하기는 어렵지만 야당을 지지하는 입장에선 현재의 분열상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거대여당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똘똘 뭉쳐서 젖먹던 힘까지 쏟아도 부족할 할 판에 각자도생이라니…”. 누가 보더라도 적전분열의 비극적 결말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야당의 속내를 살펴보면 복잡한 이해관계와 속셈이 내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시각은 야권분열의 근본원인은 공천배제를 우려한 호남 다선의원들이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결행한 단체행동쯤으로 보는 것 같다. 따라서 명분없는 처신이고 이미 예고된 시나리오라고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신당파들은 친노 지도부가 그간 여러 차례 선거에서 패배하고도 책임을 회피하고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어 비전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호남에 많은 빚을 지고도 부채의식이 전혀 없어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서로의 논박이야 어떻든 DJ와 같은 확실한 지도자가 없는 호남으로서는 현재와 같이 답답한 단일구도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한 민심은 광주 서구을, 순천·곡성 재보선에서 무소속 천정배의원과 새누리당 이정현의원이 당선된 사례에서도 어느 정도 표출된 바 있다.

‘호남정치 복원’의 진정한 의미

뿐만아니라 최근 실시된 여러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안신당에 대한 지지도가 더 높은 것을 보면 그 맥락을 읽어낼 수 있다. 그동안 몇몇 정치인들의 구호로 떠돌던 ‘호남정치 복원’이 바닥민심을 파고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주의로 의심받을 수도 있는 ‘호남정치 복원’이 왜 상승기류를 타고 있을까. 즉문즉설로 답하자면 ‘친노의 반(反)친노성’에 있다고 본다. 노무현정신은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인데 서민들의 삶에 진정성있게 다가서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다. 정치적 소외와 경제적 낙후로 그늘져 있는 호남을 따뜻하게 껴안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호남정치 복원은 지역분할 구도의 복원이 아니라 DJ정신과 노무현정신의 복원이다. 서민을 향한 정치, 대의(大義)를 위한 정치, 화합의 정치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정치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요즘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창조적 파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판을 독점체제에서 경쟁체제로 바꿈으로써 유능한 정치신인들을 보다 폭넓게 발굴하고 당선이후에도 주민과 지역에 밀착 봉사하는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야당 분화현상이 정치와 국민과의 거리감을 좁히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참신하고 유능한 정치신인들이 자유롭게 진입해 기존 정치인과 공정한 경쟁을 함으로써 강한 정당을 건설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인적 쇄신이 이뤄지고 새로운 정치문화가 생성될 수 있다. 그리고 그 효과는 한국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이다. 우선은 갈수록 팍팍해져가는 서민경제를 살리고, 청년일자리를 만들고, 국민화합을 이루는데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남정치 복원’이 한국정치를 복원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