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문화전당과 도시마케팅

문화전당과 도시마케팅

도시브랜딩에 획기적인 역할

매력적인 장소만들기 제안


박준수 기획관리실장·이사


입력날짜 : 2015. 11.02. 19:48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오는 25일 그랜드 오픈하게 되면 광주는 명실공히 문화중심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아울러 아시아의 문화가 교류하고 융합하고 재창조되는 아시아문화전당의 출현은 광주의 도시마케팅에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 문화전당의 창조공간을 어떻게 지역발전과 연계되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느냐가 우리 앞에 놓인 화두가 되었다.

문화전당은 광주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도시브랜딩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브랜딩은 방문자(소비자)가 좋은 인지적, 감성적, 행동적 태도를 가짐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도시(기업)와 좋은 관계를 갖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다. 문화전당은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중심으로서 현대적 삶과 결합하면서도 외부의 관광객이 수시로 모여드는 곳이다. 전라도인의 순수한 기질과 흥과 신명을 펼쳐보여 호의적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한다.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포지셔닝하기 위해서는 전당 안에서 이뤄지는 이벤트뿐 아니라 전당 밖 광장과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광주만의 독특함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광주 도심은 외관상 광주의 역사적 변천을 품고 있는 징표들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도시들이 그러하듯 일제강점기 문화적 침탈과 물밀듯 들어온 서구 문물의 유입, 경제발전을 향한 속도전이 보전해야 할 소중한 유산들을 소멸시켜 버렸다.

그러나 상심에 젖을 필요는 없다. 광주읍성 터에 내재된 근·현대 광주 1백년의 시간 속에는 광주 역사의 원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백년의 기억’에 담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면 얼마든지 훌륭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학자들은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관광자원 역시 고객이 원하면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특히 광주처럼 독특한 건축물이나 랜드마크가 빈약한 경우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거나 역사유적을 복원하고 산재해 있는 현존 유물을 재배치해 도심에 집적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도시가 갖고 있는 자원이 얼마나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창출해내려고 하는 창의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필자가 나름대로 구상한 매력적인 장소 만들기(place making) 구상을 소개해 본다.

첫째, 충장로 2가에 위치한 구 광주학생회관 부지에 옛 광주읍성 당시 관아를 복원해 역사박물관으로 조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현대식 빌딩들로 가득한 이곳에 전통양식의 관가 건축물이 들어서면 그 자체로도 훌륭한 볼거리가 될 수 있다. 또한 내부에는 광주읍성을 입체영상으로 재현해 그 당시의 일상과 삶을 체험하는 한편 근대역사 콘텐츠를 전시해 광주의 정신과 정체성을 알릴 수 있다. 이와 관련, 광주과학기술원 한국문화기술연구소(소장 고광희 교수)는 3D기술을 활용, 나주 고분 등 역사 문화유적을 입체영상으로 복원해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기간 중 국립나주박물관에서 선보여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역사박물관에 풍부한 광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광주읍성 터 일부에 4대문을 복원하면 보다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구시청 4거리에서 충장로 1가로 이어지는 곳에 진남문을 복원해 고풍스런 도시 이미지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차없는 거리’로 조성될 금남로에는 노천식당이나 오픈마켓을 열어 자유와 만남,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는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넷째, 도시팽창과 개발과정에서 설자리를 잃고 마아처럼 보호되고 있는 석상과 탑을 도심이나 원형지에 재배치하면 어떨까. 광주읍성 4대문 앞에 세워져 수호신 역할을 한 석인상 법수를 전남대박물관이 보관 중인데 이를 제자리에 복원하면 새로운 명물이 될 것이다. 아울러 광주시립민속박물관 앞마당에 놓인 십신사지(十信寺址) 석불과 석비를 옮겨 장소성을 강화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 유물들은 원래 구 전남도청 부근에 있었다는 대황사(大皇寺)에 세워졌으나 북구 임동 구 광주농고 터에 있던 것을 학교 이전과 더불어 현재의 자리에 놓이게 됐다. 불교문화와 민속신앙은 아시아의 가장 보편적인 문화코드이다.

다섯째, 활용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전일빌딩은 영국 버밍엄의 커스터드 팩토리처럼 스튜디오(원룸형태의 작업실)를 만들어 젊은 창작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주면 좋을 것 같다. 수년전 필자가 취재한 바 있는 커스터드 팩토리는 1980년대 폐쇄된 채 방치돼 흉물로 남게 됐으나 한 부동산업자가 여러 개의 방으로 개조해 창조적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패션디자이너, 뮤지션, 창작무용수, 조각가, 직업화가 등 끼가 넘치는 젊은이들이 런던에서까지 몰려들었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주매일TV와 혁신적 리더십  (0) 2016.01.15
2016년 호남의 정치운명은?   (0) 2016.01.05
문화전당은 광주의 원점(原點)이다  (0) 2015.10.06
광주(光州), 광저우(廣州)  (0) 2015.09.08
지스트(GIST)에서 아침을   (0) 201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