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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경기전에서

경기전에서


억조창생의 어버이 어진(御眞)앞에
늦은 봄 햇살이 문안을 드린다
이조 500년 사직을 지켜온 곤룡포의 위엄
경기전 처마아래 추상같이 서려있으련만
말없이 역사의 저문길을 바라보는
패왕의 심경을
어찌 민초가 헤아릴 수 있으리오
정원에 늙은 매화나무 한그루
망국의 한을 통곡하다 쓰러져
꽃망울마저 다 맺지 못하구는구나
뒤란길 노송의 숲길을 거닐던 선왕이시어
석등의 불빛은 꺼지고
왕조실록 모신 書庫마저 불타버린
풍진세월을
이제사 들여다보는
유민의 아린 마음을 아시는지요
대숲바람에 실려오는 님의 목소리에
북향재배 올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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