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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목포 오거리에서

목포 오거리에서

-박준수

 

100년전 제국주의 신문명이

붉게 타오르던 거리, 혼마치(本町)에서

조선 식민의 아들이 되어 잃어버린 세월을 돌아보왔네

게다짝이 우쭐대던 거리에는

낡은 적산가옥들만 즐비하고

호남은행도, 화신백화점도

그늘진 역사의 뒤안에서 쓸쓸하네

한때는 번화가로 화려했던 거리이건만

신도심에 상권을 빼앗긴 가게들은

손님을 기다리느라 고단한 상인들뿐

선창에서 불어오는 갯바람에

간판이 무료한듯 인기척을 하네

해기운 골목길에

낮은 처마의 선술집이 조개구이를 굽느라

연기가 자욱하고

유달산 그림자 길게 고개를 내미는

아픔 그렁그렁한 이땅, 개항장에

결코 지우지 못하는 혼마치(本町)의 이름이여

밤새워 통음 하고픈 슬픈 조선 짚신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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