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넷TV와 만남

TV는 환타지의 세계

[TV속 세상] TV는 환타지의 세계
박준수 본사 기획실장


입력날짜 : 2016. 04.07. 19:12

‘TV속 세상’ 칼럼 연재를 시작한 지도 벌써 12번째이다. 처음엔 한두번 쓰고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TV를 맡아서 운영하다보니 자의반 타의반 횟수가 길어졌다. 당초 이 칼럼의 목적은 광주매일TV의 존재를 독자 또는 시청자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공중파나 종편, 케이블방송과 달리 일정한 채널이 없기 때문에 광주매일TV가 제작한 영상콘텐츠가 어떻게 수용자와 만날 수 있는지 그 연결고리를 설명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리고 지방신문사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온-오프 융합방식이 어떻게 변화해갈지 스스로 궤적을 그려보자는 의도도 담겨있었다.

이처럼 소박하게 첫 장을 펼쳤는데 막상 펜과 종이를 앞에 놓고 보니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듯 주기적으로 주제를 찾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사설이 길어졌는데, 광주매일TV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므로 당분간 이 칼럼도 함께 박자를 맞춰가야 할 듯싶다.

광주매일TV가 지난해 12월23일 개국해 이제 4개월째 접어들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돌이켜 보면 꽤 먼 길을 달려온 것 같다.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처럼 겁 없이 질주해왔다. 단체장 토크&대담, 총선 후보자 인터뷰, 뉴스브리핑, 기업탐방, 세미나·토론회, 공연무대, 현장 생중계까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점차 영상의 눈이 트이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그동안 접근방식이 활자에 영상을 입히는 텍스트 중심의 사고였다면, 이제는 영상에 활자를 녹이는 이미지 중심의 언어를 배워가고 있다. 활자는 정적인데 반해 이미지는 동적이다. 활자는 평면적이지만 영상은 복합적이다. 활자는 좌뇌를 사용하지만 영상은 우뇌를 사용한다. 활자가 난초라면 영상은 벚꽃이다. 이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뒷받침된 사실은 아니고 내 나름의 직관으로 규정해본 것이다.

그런 정의와 인식을 바탕으로 TV의 속성을 종합해보면 ‘TV는 환타지의 세계’이다. 거대한 담론과 미세한 속삭임이 공존한다. 상상력을 담고 있을 때 생명력을 얻는다. 팩트(fact)라는 것도 보는 관점에 따라 천차만별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광주매일TV가 이번 총선에서 새로운 미디어의 실험을 보여줬다. 총선 후보자의 인터뷰는 SNS를 타고 수많은 유권자에게 지속적으로 구전(전달)되었고 후보간 비교분석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본사를 비롯 KCTV광주방송, CMB광주방송, CBS광주방송, 광주경실련이 공동으로 진행한 후보자 토론회는 SNS를 기반으로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SNS라는 사회적 자본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공공적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시킬 수 있다는 실증적 사례를 제시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화두를 던졌다고 자부한다.

비록 일천한 경험과 도발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좀더 생각의 보폭을 넓혀 영역을 확장할 작정이다.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도전하고 빈 공백을 채워갈 것이다.

작은 것일지라도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누군가는 작은 성취에 들뜬 우리의 모습이 연민으로 비춰질 수 있고 찻잔속의 태풍으로 관조될 수 있을지라도 그 고통을 기쁘게 느낄 것이다. 따라서 영상의 낯선 늪으로 우리는 한발 한발 전진하는 행군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