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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제주를 운항하던 폐화물선이 쉼터로 변신하다

<문화산책>

목포-제주를 운항하던 폐화물선이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객을 위한 쉼터로 변신하다

 


35년 동안 목포-제주를 운항하던 폐화물선이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객을 위한 쉼터로 변신했다. ‘TempL’로 명명된 이 설치물은 건축가 신형철과 끌레어 신이 기획한 작품으로 ‘올해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서 디자인 기획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1998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처음 고안한 것으로 2014년부터 한국에서도 도입돼 매년 우수 건축설계자에게 시상하고 있으며 수상작은 미술관 마당에 설치된다.
신형철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폐선을 보는 순간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폐선을 찾기 위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중국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으나 배를 한국에 가져오는 게 문제였다. 그러다가 목포 어느 항구에서 곧 해체되려는 한척의 폐화물선을 발견했다.
“나는 20년 이상 세월을 거치며 변색된 배의 색깔과 녹슨 표면에서 미학을 발견했다. 나는 산업화의 산물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는 말했다.
예술가들은 60톤의 폐선을 해체해서 마르셀 뒤샹의 유명한 ‘변기’(toilet)와 그의 책 ‘건축을 향하여’에 수록된 르 코르비쥐에의 ‘볼 수 없는 눈’(An Eye that Cannot See)으로 얻은 건축적 영감을 불어넣었다.
신씨가 현대건축으로부터 차용한 많은 개념과 아이디어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최종 수상자 작품과 함께 Gallery8에 전시되고 있다.
“‘TempL’은 분석과 함께 시작된다. 예술가와 건축가들은 마르셀 뒤샹을 포함한 현대예술의 경계를 시험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환경문제를 포함한 우리가 간과했던 이들 일상의 작품을 재발견하게 되었다”고 시안 엔더슨(뉴욕현대미술관 건축부문 큐레이터)이 말했다.    
신은 작품으로 개조된 배를 뒤상의 변기 ‘샘’(foundation)과 연결시켰다. 뒤샹은 1917년에 한 전람회에서 작품은 예술가의 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변기를 작품으로 전시했다.
“작품은 현대 예술과 건축에서 2개의 중요한 개념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오브제 그 자체를 예술로 발표하고 물질을 재활용하는 것이 그 것이다.”라고 이 프로젝트 큐레이터 박근태가 말했다.
신은 배를 변형해 설치미술로 만드는 계획 구상에 있어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았다.
“파리의 주요 랜드마크의 사진은 거대한 선박의 모양을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유사하다. 그는 그 것을 ‘볼 수 없는 눈’으로 명명했다”고 신은 설명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배와 비행기와 같은 산업구조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아이디어를 표현했다. 신은 배를 뒤집어 내부에 나무를 심어 정원으로 꾸몄다. 외부의 거친 모양과 달리 내부는 흰색으로 칠하고 나뭇잎으로 치장해 행인과 방문자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은 생활을 위한 기계이다고 말했다. 나는 건축은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신은 말했다.
이 전시회는 국립현대미술관 Gallery8과 앞마당에서 10월3일까지 열린다.(코리아헤럴드 2016년 7월8일자,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