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

박주하 화가의 작업실

박주하 화가의 작업실

 

눈덮힌 전라도땅에 겨울햇빛이 보석처럼 빛나는 있는 127(금요일).

며칠전 우연히 알게된 박주하화가의 작업실을 찾게되었다

대학교수 생활을 접고 2년전 장성군 삼계면 생촌리 283번지에 둥지를 틀었다는 얘기를 듣고

작가의 일상은 어떤지 궁금해서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서울방향으로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장성IC에서 나와 장성읍 고려시멘트 공장앞을 거쳐 함평으로 가는 국도를 따라 가면 삼계면 소재지가 나온다. 여기에서 우측 전북 고창방향으로 10여분 가다보면 댐이 나오고 이어 생촌리에 이르게 된다.

노령산맥의 작은 줄기들이 뻗어있는 곳인지라 산세가 느껴지고 물길 또한 도도하다. 삼계면에서 생촌리로 이어지는 도로는 포장이 잘되어 눈길이라도 미끄럽지 않고 대부분 녹아있어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산이 가까이 마주하다가 생촌리에 이르자 시야가 트였다. 산맥들 사이로 너른 들판이 한 자락을 펼치고 있다.

문득 100여년전 전북 고부에서 발화된 갑오농민 전쟁이 떠올랐다. 전주감영을 접수하고 북상을 시도하던 농민군들은 우금치에서 관군과 일본군에게 패하고 남하하다가 장성 황룡에서 대접전을 벌이게 된다.

농민군들이 아마도 이 길을 따라 황룡에 다다랐을 것으로 생각하니 눈덮힌 산하가 사뭇 감회를 자아낸다.

박주하화백의 자택은 마을 가장 위쪽 산자락 아래에 자리잡고 있었다. 700여평 부지에 기와집 안채와 조립식 작업실이 있고 집앞에 300여년된 당산나무가 우뚝 솟아 있어 운치를 느끼게 한다. 이 일대에는 당산나무가 1백여 그루 자생하고 있다고 하니 예전에는 마을이 꽤 번성했던 모양이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막 붓질을 끝낸 완성작이 이젤에 걸려있고 벽에는 전시회에 내걸렸던 작품과 아직 액자를 끼우지 않은 작품 몇점이 그의 작품세계를 말해준다. 작업실 창너머로 너른 들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계의 변화를 조망하는 이곳에서 화가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가 손수 끓여준 커피를 마시며 그가 추구하는 미학을 물었다. “나의 미술세계는 한 마디로 나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자아속에 담긴 고향의 추억, 종교, 시대인식을 제 나름의 해석으로 풀어내는 것이지요.”

그의 그림은 첫 인상이 친근하고 따뜻하다. 표현기법이 담백하고 원색을 많이 사용해 정겨운 느낌을 준다. 그리고 소재도 고향이나 돌장승, 부처, 마을풍경 등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것들이 많아 추억을 환기시킨다.

그와의 담소를 마치고 점심때가 되어 마을 아래 두부집으로 옮겼다. 댐 아래 자리한 작은 식당 겸 가게는 벌써부터 손님들로 붐볐다. 우리는 두부와 돼지불고기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주고 받았다.

가게 옆으로 흐르는 실개천의 얼음장이 햇빛에 녹아 잔물살을 일으킨다. 봄이 오면 다시 한번 그의 화실에서 봄기운을 느껴보고 싶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망초  (0) 2019.06.26
다시 가고픈 추억 공간, 파리 마레지구  (0) 2018.08.01
봄은 어디서 오는가  (0) 2016.10.01
영화 쇼셜 네트워크를 보고  (0) 2016.09.18
문화가 지역을 바꾼다  (0) 2014.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