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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박준수

 

가을이 오면

광주공원 서오층탑에 빗기어 기대여

단풍 한 잎 마음에 품고

기대를 기다리리

 

왜 이제 왔느냐고

대숲에 숨은 바람이 물을 양이면

내 아직 그리움 다 채우지 못해

이렇게 묵은 세월 건너왔노라고

석탑의 귓속에다 말하리

 

윤기나던 청춘 어디에 놔두고

늙은 몸으로 왔느냐고

헛헛한 느티나무가 물으면

돌아서던 그대의 뒷모습에

애간장이 다 녹아내려 그렇다고 말하리

 

왜 잊지못하고 여기에 왔느냐고

떠가는 구름이 물으면

천년을 기다려준 석탑 가리키며

가을이 오면 내 마음도 저절로 붉어져

잠못이룬다고 말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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