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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가을

가을

 

여름의 화덕에서 갖 구어져 나온

가을,

남도의 대지는 빵굽는 냄새로

향긋하다.

 

네모 반듯한 비스켓처럼 노릇노릇

익어가는 황금들판

해바라기씨가 속삭이는 밀어를 듣느라

바람이 허수아비의 귀를 붙잡는다.

 

먼 옛날 소녀를 만나러

자전거를 타고 내달렸던

저수지 너머 밀밭 사잇길

 

오늘따라

문전성시를 이루는 고향마을

가을의 문을 열고 들어가

산꼭대기 파란 하늘을 한 입 물면

가슴 한 켠 뭉게구름 피어나는 추억이

팥앙금처럼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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