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광주의 새로운 핫플레이스 ‘1913송정역시장’

 

광주의 새로운 핫플레이스 ‘1913송정역시장’

 

송정역을 나와 최근 광주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1913송정역시장’을 찾았다. 역 맞은편에 100년 전에 탄생한 송정역매일시장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단장해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입구에 100년이 넘는 시장의 역사를 알려주는 스토리보드가 장승처럼 서있다. 시장 입구에서 여학생이 두 팔을 벌리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여느 전통시장과 다른 분위기를 암시한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광주기독간호대학에 재학중이라고 한다. ‘1913송정역시장’은 현대카드가 ‘지키기 위한 변화’를 컨셉으로 디자인을 담당했다. 무조건 개발하고 현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모습과 기존의 상인을 지켜가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50여개 점포 가운데 절반 가량을 청년 창업자들에게 임대해주고, 각 점포의 외형과 간판은 옛 모습을 최대한 복원해 추억의 전통시장 거리 분위기를 만들었다. 매주 ‘토요야시장’을 열어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거리공연과 접목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오래전 문을 닫은 새마을금고 건물에는 이색 하우스맥주집이 들어섰고, 라면을 모아 파는 가게, 어묵, 초코파이, 계란밥을 파는 젊은이들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가게들을 구경하다가 한 커피숍 앞에서 호주에서 왔다는 한국 청년 엄태홍씨(29)를 만났다. 어떤 사연으로 먼 나라에서 여기까지 왔느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을 했다. 자신이 호주 멜번의 한 스페인 레스토랑에서 쉐프로 일하는데 그곳에서 한국산 부각을 요리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서 직접 만드는 곳을 방문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1913송정역시장’에 그 가게가 있어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느린먹거리’ 간판을 단 인근 가게를 가리켰다.
포항이 고향인 그는 부경대 2학년 재학중 요리사의 꿈을 안고 호주로 건너가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통해 일하면서 ‘윌리엄 앵글리스’ 요리학교에서 공부해 쉐프로서 성장발판을 마련했다고 했다. 그리고 호주에 한국음식을 소개하고 마케팅하는 게 자신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현지 한인 요리사를 주축으로 하여 사진작가,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디미방’이란 연구소를 만들어 한식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농림식품부 산하 한식재단으로부터 ‘한식쉐프양성지원사업’에 선정돼 한국요리를 소개하는 영문책(제목 ‘My first Korean cook book’)을 오는 3월 호주에서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1913송정역시장’에 대한 나름의 견해도 피력했다.
그는 기존의 가치와 정체성에 디자인을 부여하고 기존상인과 청년상인의 상생을 모색해 활력을 일으킨 점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이를 지속시켜나가기 위한 민·관 협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무를 보러 왔다가 숲을 보고 간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그와 함께 ‘느린먹거리’ 가게에 들러 창업 2년차 젊은 점주 노지현씨(29·여)를 만났다. 작년 4월에 창조센터로부터 창년창업자로 선정돼 입주한 22평 가게에는 주방데스크와 테이블, 창고로 꾸며졌다. 또한 북구 양산동에 별도의 작업장을 두고 16명의 상시인력이 수작업으로 하루 6천~8천장의 부각을 만들고 있다. 
그녀는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전통간식거리인 부각을 아이템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처음엔 장사가 안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으나 지난해 9월 수요미식회 방영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수제품이라 하루 생산량이 한정돼 있어 매장 판매량을 1인당 2팩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오전이면 모두 동이 난다. 설 주문도 이미 포화 상태이다. 노 대표는 “지금 주문하면 한 달 이상을 기다려할 정도”라며 폭발적인 인기에 들뜬 표정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고민이 있다. 너무 짧은 시간에 뜨겁게 달아오른 시장분위기가 얼마나 지속될 지 생각하면 마냥 반갑지만 않다는 것이다. 또한 먹거리가게가 급속히 늘어나고 옛 정취를 살린 가게들이 어느 순간 현대식 건물로 바뀌면서 향수어린 시장분위기가 탈색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지키기 위한 변화’라는 슬로건처럼 1913송정역시장이 고유성을 잃지않고 느릿느릿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상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박준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