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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 기대승 선생 학술대회

“고봉 기대승이 추구한 윤리적 삶은 무엇인가”
고봉선생숭덕회 주최 학술대회

 

조선시대 호남이 낳은 거유 고봉 기대승 선생 학술대회가 고봉선생숭덕회(회장 박광순)와 한국동양철학회(회장 신규탁), 전남대 윤리교육과 공동 주최로 19일 오후 1-6시 전남대 인문대 소강당에서 열린다. 고봉 기대승 선생(1527~1572)은 조선조 중기 사림파의 성리학자로서 퇴계 이황선생(1501-1570)과 7년간에 걸친 이기심성(理氣心性)의 사단칠정(四端七情)에 관한 논변으로 유명하다. ‘고봉 기대승이 추구한 윤리적 삶’을 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는 권인호 대진대 교수, 도민재 청주대 교수, 홍성민 강원대 교수, 이기원 강원대 교수 등 4명의 학자가 논문을 발표한다. 이날 발표할 논문의 요지를 미리 소개한다. /편집자 註

▲기대승의 민본적 정치사상과 현실 권인호 대진대 교수

고봉의 민본적 정치사상의 핵심은 인간의 실존적 삶에 있다. 유교의 철학적 기반인 천인합일(天人合一) 정신 가운데 인간을 신뢰하고 인간에게 비중을 둔 천인상감(天人相感)의 입장을 고수한다. 특히 인간의 능동성과 역동성을 강조한다. 천리가 인간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에로의 이전이 생긴다면 그것을 올바르게 돌이킬 수 있는 기능도 사람에게 있다. 고봉은 천명에 의해 인간에게 부여해준 본성을 기초적 가치로 여기면서도 사람의 역할, 즉 바람직하게 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열망에 부응하려고 애썼다. 천명에 의해 제약된 피동적인 인성을 인간의 감응에 의한 능동적인 인성으로 바꾸려고 하였다. 이것이 고봉의 독자적인 윤리학의 시발점이다.

또한 고봉사상의 주안점은 사실적 실용학으로서 경제택민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그것의 기본은 경학이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그리고 실학의 선구적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천하만민을 위한 유교 리더십을 구현한 구체적 인물은 누구일까? 수기치인과 민본사상을 바탕으로 경국제세(經國濟世)의 경륜을 갖춘 청렴한 사람으로 사심의 치부와 권귀에 눈이 어두워지지 않은 이가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봉의 예학사상 도민재 청주대교수

고봉은 예교의 확산이 정치의 근본이 된다고 보았다. 예악을 통한 교화가 풍속을 바로 잡고 정치를 안정시키는 근본이므로 학자들이 예를 배우고 실천하는 근본을 익힐 수 있도록 ‘의례경전통해’를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방관리들이 예악 교화에 앞장 서도록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례의 원칙에만 얽매이기 보다는 현실에 알맞은 변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고봉은 주자학의 의리론적 입장에서 당시 조선의 국제가 형제간에 소목을 함께 하는 것이 예법에 어긋나는 것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당 이후로 내려온 관습을 쉽게 고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또 종묘에서 형제간 대를 달리하지 않고 있는데 원묘인 문소전만 고례를 따르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대통을 이은 인종을 문소전이 아닌 연은전에 모시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고봉은 문소전도 종묘와 같이 동세이실(同世異室)의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사칠론에서 중절(中絶)의 의미 홍성민 강원대교수

고봉은 사단과 칠정의 범주구분으로 도덕성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중절했느냐의 여부로 도덕성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중절하면 칠정이 사단으로 변화하고 순선한 도덕감정으로 승인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절은 고봉 사칠론의 핵심개념이며, 퇴계와 뚜렷이 대비되는 것으로 고봉 사상의 특징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후 사단칠정 논쟁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절이란 무엇인가? 중절은 내면의 본성에 대비해 외재적인 도덕기준에 부합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중절은 보편타당한 도덕기준이나 사회적 기준 등의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것은 고봉이 중절을 중요시했다고 해서 그가 현실과의 야합을 인정했다거나 결과주의 윤리설에 가깝다고 보는 것은 곤란할 것 같다. 성인이 제정한 사회윤리의 기준은 곧 인간의 도덕본성에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사회윤리의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은 곧 모든 이의 공통된 본성에 두루 합치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보편타당한 도덕을 실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대승의 인간이해와 학문관 이기원 강원대 교수

기대승이 사단칠정논쟁에서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감정의 문제다. 가변적인 감정을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지탱해줄 근거를 찾는 것이다.

이러한 ‘이심’에 대한 기대승의 관심은 활물로서의 마음을 안정시킬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기대승은 이심의 방법으로 경공부를 강조한다. 본원 지향에서 일상적 실천의 또 하나는 기질변화이다. 기대승이 제시하는 기질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은 습관이 천성이 되도록 반복적으로 신체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형성되는 신체는 도덕화된 신체이다. 기질 변화를 위한 방법으로 ‘소학’을 강조한다. 바탕이 형성되어야만 성인의 도가 무엇인지 본원과 본지에 대한 이해와 확립이 가능하다고 이해한 것이다.

기대승은 성인을 ‘천지지심’으로 설명하는데 이것은 ‘천지지심’을 알아야만 성인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 기대승의 마음에 대한 집요한 관심이 있다. ‘천지지심’으로서의 성인을 내면화하고 내면화된 ‘성인지심’을 다시 사회와 정치에 적용해가는 그 과정 속에 학문함의 의미와 인간존재가 있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