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학관 뭣이 중헌가>
박제화된 공간이 아닌 광주정신 담는 문학관 돼야
- ‘광주문학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 간담회 요지
임원식 광주문협 회장(왼쪽)과 박관서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이 광주문학관 건립 촉구 결의사항을 낭독하고 있다.
전라도는 예로부터 한과 신명이 깃든 땅으로 불리웠다. 그래서 문학과 예술이 풍성하게 꽃피워왔다. 특히 광주·전남은 근·현대사의 질곡의 여정을 거쳐오면서 문학의 우듬지로서 우뚝 선 고장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광주문학은 광주정신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아울러 광주문학관은 이러한 전라도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이에 광주문인들은 이미 20년 전부터 광주문학관 건립운동을 주창해왔지만 아무런 진척도 보지 못하고 있다. 매우 애석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에 광주문학관 건립계획이 포함돼 광주문인들의 숙원을 풀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살려 문인들과 광주시, 시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뭉쳐 광주문학관 건립에 나서야 한다. 광주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조속히 문학관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
광주문학관 건립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 뿐만아니라 콘텐츠가 핵심이다. 전국의 다른 문학관과 다른 광주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박제화되고 획일화된 문학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광주정신과 남도문학의 진수를 담아내는 노력이야말로 광주문학관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 될 것이다.
광주문학관 건립 논의가 요즘 삼복 더위 못지않게 뜨겁다.
7월17일 오전 광주 서구 농성동 아시아창작 스튜디오에서 열린 ‘광주문학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 간담회에는 문인단체 대표뿐 아니라 학계, 경제계, 광주시 등 각계 인사 3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참석한 인사는 다음과 같다(무순).
손광은 전남대 명예교수, 전원범 광주교대 명예교수, 김종 전 광주문협회장, 박형철 문학춘추 발행인, 오덕렬 전 광주문협회장, 노창수 전 광주문협회장, 강만 전 광주문협회장, 임원식 광주문협 회장, 이춘배 다형김현승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박관서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조진태 전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최영호 광주남구청장, 이정재 전 광주교대총장, 이근모 전 광주시인협회장, 백수인 조선대교수, 김동근 전남대교수, 최한선 전남도립대교수, 최규철 광주예총회장, 최상준 용아박용철기념사업회 이사장, 박준수 광주매일신문 상무이사, 고선주 광남일보 문화부장, 강경호 ‘시와사람’ 발행인, 김석문 ‘아시아 서석문학’ 발행인, 박영덕 ‘대한문학’ 주간, 노남진 ‘문학지평뉴스’ 주간, 조숙형 광주펜클럽 부회장, 박은영 사랑과 나눔 대표 등이다.
이날 간담회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원로 시인 손광은 전남대명예교수가 임시의장에 선출돼 회의 진행을 맡았는데, 돌연 가칭 ‘빛고을문학관건립추진위원회’ 위원 탈퇴 성명서를 낭독했다. 탈퇴 명단에는 광주문인협회와 광주전남작가회의 전임 회장 등이 포함됐다.
수 년전 빛고을문학관 건립 예산이 확보돼 부지선정이 추진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일면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그로인해 가칭 ‘빛고을문학관건립추진위원회’ 활동이 2014년 사실상 중단됐음에도 최근 다시 부활 움직임을 보이자 당시 참여인사들이 자진해서 분명한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이는 또한 광주시가 문학관 건립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문인단체의 하나된 목소리’를 요구하고 있어 그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임시총회에서는 광주문학관건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로 임원식 광주문협 회장, 박관서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박병호 광주시행정부시장, 김옥자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장을 선출했다.
이어 참석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박관서=광주문학관 건립이 원만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담보돼야 한다. 첫째, 남도문학의 대표성을 확보할 것 둘째, 빛고을문학관 무산의 전철을 밟지 말 것, 셋째, 문학거점 공간을 마련할 것, 넷째, 시민들이 문학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할 것 등 원칙을 제시하고 싶다.
또한 공공사업으로 인식해서 현재와 같이 각계각층의 인사가 참여하는 거버번스(governance)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김종=1996년 전국 최초로 광주문학관 건립의 당위성을 주창해왔지만 빈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다. 그 사이 다른 지역은 번듯한 문학관이 건립돼 문화콘텐츠의 산실이 되고 있다. 광주시의 책임 크고, 문인들의 노력이 미흡했다고 본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위상에 걸맞는 문학관 건립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최영호=문학관 부지로 남구 사직공원 입구 구 KBS 자리가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자리는 양림동의 근대문화 역사성과 예산효율성을 담보하고 있어 적지라고 생각한다. 현재 음악창작소와 광주영어방송이 시설을 사용하고 있으나 부지가 1천900평으로 여유 부지가 많아 신축도 가능하다. 구 수영장자리와 여성회관 건물도 검토할만하다.
▲최상준=광주문학관 건립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
▲최규철=문인단체 내부 갈등이 없이 원만하게 잘 추진되었으면 좋겠다.
▲박준수=광주문학관은 전라도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20년 전부터 광주문학관 건립운동을 주창해왔지만 아무런 진척도 보지 못하고 있다. 매우 애석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에 광주문학관 건립계획이 포함돼 광주문인들의 숙원을 풀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살려 문인들과 광주시, 시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뭉쳐 광주문학관 건립에 나서야 한다. 광주문학관 건립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 뿐만아니라 콘텐츠가 핵심이다. 전국의 다른 문학관과 다른 광주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박제화되고 획일화된 문학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광주정신과 남도문학의 진수를 담아내는 노력이야말로 광주문학관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 될 것이다.
▲김동근=‘호남현대문학의 이해’ 과목을 개설해 강의하고 있는데 용아기념관 외에 광주에서 가볼만한 문학관이 없는 현실이 아쉽다. 시민이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문학관 건립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강만=광주시가 과연 문학관건립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문협회장을 할 때 광주시를 수없이 방문해 촉구했으나 ‘통일된 의견’을 가져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수수방관했다. 시청에 찾아가 데모라도 벌이고 싶을 정도로 답답한 심정이다.
▲오덕렬=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광주에 전국 유일의 학교 문학관이 있다. 바로 광고(光高)문학관이다. 여기에는 광주고 은사님과 동문 문인 94명의 문학정신이 담겨 있다. 광주문학관 건립에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조진태=광주시에 문학관 건립을 적극 요구하자. 문학관 건립을 위해서는 예산배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예산배정이 되도록 힘을 모으자. 부지와 관련해서는 광주시가 한국문학관 부지로 추천한 동구도 검토할만 하다. 또한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이다.
▲최한선=국립한국문학관 건립에 대한 정부 입장이 특화된 문학관으로 바뀌었다.
이를 고려해서 광주문학관의 밑그림을 그리면 좋을 것 같다.
▲임원식=지금까지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발언내용은 광주시에 전달될 것으로 믿고 있다. 문인단체 내부 통일된 목소리는 광주시에서 조정할 문제이다. 그리고 조만간 광주시에서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알고 있다.
<광주문학관 건립을 촉구하는 결의문>
한편, 이날 ‘광주문학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는 간담회 후 광주문학관 건립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사항-
1.광주문학관은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추진한다.
2.광주문학관은 광주·전남 문학의 대표성을 갖춘다.
3.광주문학관은 역사성, 효율성, 접근 용이성을 고려해서 공유지를 대상으로 검토하여 신속히 추진한다.
4.광주문학관은 문학인만의 공간이 아닌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공문학 공간으로 건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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