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감기
몸살 감기로 몸져누운 계절에
뼈 마디마디 사이에 옛 추억이
허수아비 헐거운 들판을 휘적휘적
걸어가는 안개, 아득한 지평선 너머
어머니가 응급실에 창백하게 누워있던 날
새벽녘 시장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고 '엄마~'하고 불렀을 때
듣지 못하고 총총히 멀어져가던 양동 발산 비탈길
삶이 시퍼렇게 눈앞에 용솟음치고
행복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날
살며시 다가와 있는 안개의 덫
가을비가 뼈마디 사이에서
묵을 기억들을 깨우고
생채기들을 질펀하게 흔들어 놓을 때
어머니의 희미한 뒷모습을 향해
다시 한번 불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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