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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시-들판에 홀로 선 나무

시-들판에 홀로 선 나무

박준수


누가 들판에 홀로 선 나무를

외롭다 말하는가

그루터기 주변에 지천으로 널린

애기망초꽃을 보아라

나뭇가지를 땅에 닿을듯 끌어안고

귓속말로 밀어를 속삭이는

사랑의 화음이 들리는가

비바람 부는 날에도 나무는 기쁨으로 충만하다

우람한 줄기뿌리로 뜨겁게 흙을 포옹하면서

수만년 지층에서 분출되는

수맥의 달콤함에 젖는다

보드라운 실뿌리는 내밀한 흙의 향기에 취하고

죽은 나무 이파리들이 지상의 전설을 들려준다

누가 나무더러 흔들리는 존재라 했는가

그가 바람에 흔들리는 건

저 높은 하늘을 향해

녹음의 향연을 연출하는 것일 뿐

마음이 가벼워서 흔들리는 것 아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홀로 사색에 잠겨있는 나무를 보았는가

그의 옹골진 뿌리를 보아라

한 평생 흙을 사랑하며 제 영토를 넓혀가는

지상의 정복자

그가 얼마나 자랑스럽고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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