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운암동
박 준수
운암동이여, 안녕
나는 구름처럼 네 곁을 떠나간다
30대 푸른 시절의 숨결을 추억에 새기고
바람처럼 빈 손으로 작별을 고한다.
민들레 키만큼 낮은 5층짜리 구식 아파트에
둥지를 틀었던 10년전
15평 허름한 방안에 큰 딸아이의 웃음소리 가득했고,
둘째 딸아이가 돌을 맞을 무렵
궁전같은 32평 아파트 주인이 되어
부자가 된 기분도 느꼈지
그리고 아들 상후도 태어났지.
아침이면 오르던 미라보아파트 뒷산에
수꿩의 울음소리 아직 쟁쟁하고
물오른 밤나무의 비릿한 꽃내음
가을날 상수리 나무의 낙엽벗는 소리…
내 마음속 산사 한 채를 그 곳에 놓아두고 가네
저만치 돌아보면 모두가 그리운 풍경들
소주집에서 술잔을 나누었던 사람들
비오는 밤 오르던 아파트 언덕길의 적막감도
내겐 잊을 수 없는 鄕愁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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