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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리랑

(5) 사가현립 나고야성 박물관

[新아리랑] 역사적 반성위에 세워진 우호교류의 가교
['경술국치 100주년'기획] 新아리랑
<제3부> 일본 현지에서 본 한일관계
(5) 사가현립 나고야성 박물관


입력날짜 : 2010. 08.24. 00:00

조선침략 본거지
나고야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정유왜란 당시 조선침략을 지휘한 출병기지이다. 이곳에 성을 쌓은 것은 부산과 직선거리로 190㎞에 불과해 한국과 최단 거리에 위치하고 중간에 두 개의 섬(나고야-이끼-대마도-부산)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어 최적의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맑은날에는 대마도가 육안으로도 보인다고 한다. /사진=김애리기자 kki@kjdaily.com
왜군 출병기지 성터 양국문화 접목
11월 진주박물관과 포로문제 조명
한국어 강좌 열고 담양 만덕초교와 홈스테이


사가시에서 승용차로 1시간 3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아름다운 항구도시 가라츠(唐津)가 나온다. 가라츠(唐津)라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있는 이곳은 한국, 중국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중국 당나라때부터 교역이 활발한 지역이었던 것 같다.
도심 깊숙이 만(灣)을 따라 바닷물이 들어와 유럽 어느 항구도시에 온 듯 착각할 정도로 낭만적인 도시풍경을 연출한다.
도시에 들어서자 일본어와 한글이 병기된 도로표지판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곳에서 10여분을 더 달리니 한적한 산골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산길을 따라 들어가니 박물관이 나타났다.
이곳이 사가현립나고야성 박물관이다. 나고야성박물관은 1993년 임진정유왜란의 역사적 불행을 반성하고 한일관계 우호증진을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이곳이 임진정유재란을 테마로 하게된 배경에는 나고야성의 유래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히젠나고야성(肥前名護屋城)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하기 위해 만든 출병기지로 7년동안 이곳을 본거지로 삼아 전쟁을 수행했다.
박물관 마당에는 태극기가 일장기와 나란히 걸려있고 현관입구에는 제주 돌하루방과 천하대장군 장승, 그리고 에밀레종이 방문객의 시선을 끈다.
야마구치 히사노리 학예연구관과 한국인 손승언씨(학예연구사)가 취재진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손승언씨는 부산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JET프로그램에 선발돼 2008년 3월부터 이곳에서 국제교류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야마구치씨는 “나고야성박물관은 임진·정유왜란(1592-1598)의 반성위에서 나고야성터를 일본열도와 한반도의 오랜 교류의 역사속에서 이해하고, 양국의 교류와 우호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승언씨의 안내로 박물관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상설전시실은 ‘일본열도와 한반도의 교류사’를 테마로 시대순에 따라 ▲나고야성 이전 ▲역사속의 나고야성 ▲나고야성 이후 ▲특별사적 나고야성터 및 진영터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일본열도와 한반도의 교류사’를 테마로 하고 있는 박물관답게 고대부터 근대까지 예민한 역사적 사실들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나고야 박물관은 경남 진주박물관과 교류를 맺고 있다. 오는 11월30일-내년 2월6일까지 임진정유왜란 포로문제를 주제로 국제교류전을 준비하고 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당시 피랍인 발생, 실상, 상황, 탈출, 체험수기(간양록, 매창문집)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특히 진주에서 끌려온 홍호연(洪浩然)의 생애와 작품이 조명될 예정이다.
홍호연은 당시 12살로 큰붓을 메고 있어 학식이 풍부한 것으로 생각하고 데려왔다고 전해지며, 현재 일본에는 그의 후손이 살고 있다.
나고야박물관은 오는 9월17일부터 11월14일까지 2개월동안 한국의 전통공예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광주·전남과도 인연이 있다. 지난 2001년 특별기획전으로 ‘축제와 음식문화 -광주시·전라남도 역사와 풍토’ 전시가 있었다. 이 외딴 산골의 박물관에 연간 10만명이 다녀가는데 한국 관광객 연간 5-6천명 가량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초등학생이 많이 방문한다고 손승언씨는 설명했다.
한편, 나고야성박물관은 ‘사가현일한교류센터’를 운영하며 한국어 강좌를 열고 일한교류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나고야소학교는 담양 만덕초등학교와 홈스테이 교류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문화 수업이 1년에 5차례 실시된다고 밝혔다.
눈길 사로잡은 거북선
나고야성박물관 상설전시실은 ‘일본열도와 한반도의 교류사’를 테마로 하고 있는 박물관답게 예민한 역사적 사실들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부산진순절도, 거북선, 강항의 초상 등이 눈길을 끈다.
/사진=김애리기자 kki@kjdaily.com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고야성터를 둘러보았다. 성벽과 건물은 모두 허물어지고 주춧돌과 유구만이 남아 당시의 흔적을 엿보게 한다.
성터 중심부에 러일전쟁 승전비가 우뚝 솟아있어 동아시아 근대사의 격동기를 일깨운다.
출병기지가 된 나고야에는 도요토미히데요시가 머문 나고야성과 다이묘들의 진영터가 건설되었고 성밑에는 대규모의 도시가 건설되었다.
당시 나고야성의 모습을 그린 병풍을 보면, 나고야성에는 5층의 천수각을 비롯 많은 건물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고야성의 주변언덕에는 각 다이묘들의 진영이 보이고 성밑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과 물자로 북적거린다.
이곳에 기지가 건설되기 전 인구는 1천500명의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그리고 하카다 인구가 5만명이었다. 그런데 전국에서 160명의 다이묘(영주)를 불러모아 10만이 넘는 도시로 번성했다.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자 전쟁은 끝나고 7년간 존재했던 성도 폐성되었다.
이곳에 성을 쌓은 것은 부산과 직선거리로 190㎞에 불과해 한국과 최단 거리에 위치하고 중간에 두 개의 섬(나고야-이끼-대마도-부산)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어 최적의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맑은날에는 대마도가 육안으로도 보인다고 한다.
이곳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만명의 왜군을 조선에 출병시켜 7년간 전쟁을 벌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피비린내나는 전란속에서 고초를 겪어야했던 조선 백성들의 참상과 이순신장군의 활약상이 스쳐지나가면서 ‘풍진의 땅 한반도’의 역사 한 페이지를 읽을 수 있었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교류사 테마별 정리
■ 박물관 상설전시실은
교류센터 모습
나고야성박물관은 ‘사가현일한교류센터’를 운영하며 한국어 강좌를 열고 일한교류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 등을 지원하고 있다./사진=김애리기자 kki@kjdaily.com

나고야성박물관 상설전시실은 ‘일본열도와 한반도의 교류사’를 테마로 시대순에 따라 ▲나고야성 이전 ▲역사속의 나고야성 ▲나고야성 이후 ▲특별사적 나고야성터 및 진영터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나고야성 이전’ 코너에서는 구석기 시대부터 중세까지의 교류를 전시하고 있다. 고대부터 벼농사와 불교 등의 많은 문화가 한반도로부터 건너와 일본에 전래된 것을 소개하고 있다. 이 시기 유물로는 붉은 간토기, 간돌칼, 빗살무늬토기, 도질토기, 금제귀고리, 금동여래입상 등이 전시돼 있다. 또 고려시대말에 그려진 양류관음상을 비롯 청자대접, 해인사대장경판, 조선의 송희경이 쓴 일본기행 ‘노송당일본행록’ 등을 볼 수 있다.
‘역사속의 나고야성’ 코너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정유왜란과 당시의 나고야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기 유물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초상화, 나고야성기, 히젠나고야성병풍, 부산진순절도, 거북선, 강항의 초상 등이 눈길을 끈다.
‘나고야성 이후’ 코너에서는 에도막부(江戶幕府)가 침략이라는 어두운 역사를 넘어 조선과 우호적인 국교관계에 있었다는 것과 조선통신사의 일본방문, 부산의 왜관, 당시의 무역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근·현대의 연표를 중심으로 한 이시대 유물로는 조선통신사 행렬도, 조선국왕국서, 일본국서, 왜관도, 일제강점기시대 사진엽서, 교과서, 독립행진곡 등이 전시돼 있다.
마지막으로 ‘특별사적 나고야성터 및 진영터’ 코너에서는 특별사적인 나고야성터의 발굴·조사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한일 우호증진 적극 노력”
히가시나카가와 다다미 박물관장
/사진=김애리기자 kki@kjdaily.com


“나고야성박물관은 임진·정유왜란(1592-1598)의 반성위에서 양국의 교류와 우호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려고 합니다”.
히가시나카가와 다다미 나고야성박물관장은 나고야성터를 일본열도와 한반도의 오랜 교류의 역사속에서 이해하고, 양국 우호교류의 차원에서 ‘일본열도와 한반도의 교류사’를 테마로 상설전시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히가시관장은 취재진이 방문한 날 때마침 입관자 200만명을 돌파했다면서 매우 경사스런 날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행운의 주인공은 오사카에서 온 가족일행으로 이들에게는 카라츠 특산물인 도자기와 쌀, 김 등 농산물이 증정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 외딴 산골의 박물관에 연간 10만명이 다녀가는데 한국 관광객은 연간 5-6천명 방문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재진이 전라도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전남 영광출신으로 일본에 납치된 유학자 강항선생의 유물도 상설전시하고 있다며 반가워했다.
또 2006년에는 순천시로부터 순천왜성 성곽보수에 대한 자문을 요청받고 학예과장이 방문해 자문을 제공했으며, 올해에도 목포해양문화연구소의 배에 관한 기획전시를 돕기 위해 조선통신사 그림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이에앞서 지난 2001년에는 특별기획전으로 ‘축제와 음식문화 -광주시·전라남도 역사와 풍토’ 전시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히가시관장은 “박물관 차원에서는 경남 진주박물관과 교류를 맺고 있다”며 “특히 오는 11월30일-내년 2월6일까지 국제교류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들이 카라츠를 방문 도자기 가마터를 조사한 결과 조선 것과 유사한 도편들이 많이 발견돼 연구사들이 감격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교류전에는 임진·정유왜란 당시 피랍인 발생, 실상, 탈출, 체험일지(간양록, 매창문집) 등 임진·정유왜란 포로문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진주에서 끌려온 홍호연(洪浩然)의 생애와 작품이 집중 조명될 예정이다.
홍호연은 당시 12살로 큰붓을 메고 있어 학식이 풍부한 것으로 생각하고 데려왔으며, 현재 일본에는 홍호연 후손이 살고 있다. 최근 일본 학예연구사들이 홍호연이 경남 산청 어느 마을에서 살았는지 확인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사가현(가라츠)/글=박준수기자 jspark@kjdaily.com
/사진=김애리기자 kki@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