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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리랑

(7)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新아리랑] 동양 도자의 寶庫…‘한국의 美’에 가슴 뭉클
['경술국치 100주년'기획] 新아리랑
<제3부> 일본 현지에서 본 한일관계
(7) 오사카시립 동양도자미술관


입력날짜 : 2010. 09.02. 00:00

고고한 자태의 청자도편·연적·조선백자
오사카시립 동양도자미술관은 재일교포 사업가 이병창박사가 기증한 300여점의 한국도자기를 소장하고 있어 한국의 미적 향기를 느껴볼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세계 유일의 청자도편과 조형미가 탁월한 청자연적, 개성넘치는 조선백자 등 빼어난 작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해외에 한국도자의 진수를 자랑하고 있다.


세계 유일 청자타일·선비풍 백자…
재일교포 이병창박사 300여점 기증
자유분방한 형식미·예술성 돋보여


오사카시내 한복판. 물과 나무가 어우러진 나까노시마(中之島)공원에 ‘특별한 미술관’이 있다. 특별함이란 이 미술관이 기증자의 작품의 보관·전시를 위해 세워졌으며, 동양도자의 보고(寶庫)로서, 한국인 기증품이 한 중심을 차지하는 까닭이다.
바로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관장 出川哲朗)이다. 이 미술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타카(安宅)컬렉션을 스미모토그룹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을 기념으로 오사카시가 건립, 1982년 11월 개관했다. 이 미술관은 수장품의 대부분이 기증자의 소장품이다. 특히 이 중에는 2점의 국보와 13점의 중요문화재가 포함되어 있어 동양의 탁월한 작품을 많이 보유한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다.
취재진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뜻밖의 행운이었다. 1999년 재일교포 사업가 이병창박사가 300여점의 귀중한 한국도자기를 기증해 일본 대도시 미술관에서 한국도자기의 미적 향기를 새롭게 느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8월5일)은 때마침 다음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휴관 중이었으나 데가와 테츠로 관장과 한국인 학예사 정은진씨가 친절히 맞아주었다.
그리고 이틀 후 개막하는 남송시대 기획전시 ‘환상의 명요’(8월7일-11월28일)를 미리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데가와 관장은 “남송시대 도자기 도편을 중국 현지 가마터에서 빌려와 개최하는 이번 ‘환상의 명요’ 전시는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기획전시”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남송시대 왕실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도편들은, 최근 항조우(杭州)에서 그 가마터가 발굴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 도편은 태토가 검고, 유색이 회녹색의 기미가 있는 분청색을 띠며 유약의 단면이 삼층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남송관요에 대한 연구는 송대관요 전반과 고려도자와의 연관성을 밝히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여 한국 학계에서도 남송관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조우에서 고려청자가 많이 발견되고 있어 고려와 남송간 왕실교류가 활발했음도 입증되고 있다. 이에 앞서 미술관은 북송의 조요 전시를 가진 바 있어 북송과 남송시대의 도자기 변천사를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획전시실을 나와 한국, 중국, 일본 3국 도자를 전시하는 상설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양도자미술관은 독보적인 기획전시뿐 아니라 자연채광 조명, 회전식 전시대, 지진방지 시스템 등 독자적인 전시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데가와 관장은 자연채광 상태가 청자의 빛깔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조건이라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청자의 비색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가와 관장은 “중국사람의 고려청자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면서 “고려청자에 중국청자와 비슷한 형태가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양국 도자 교류관계 연구에 귀중한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몽고침략 당시 항조우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서 “마르코폴로가 ‘동방의 아름다운 도자기 도시’라고 말한 대목에서도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창 콜렉션 도자실
이승만 정권시절 외교관 출신으로 일본에서 사업가로 활동한 이병창박사는 재일교포 2세들에게 조국과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고국의 문화유산인 한국도자를 오사카시에 기증했다. 이승만 정권시절 외교관 출신으로 일본에서 사업가로 활동한 이병창박사는 재일교포 2세들에게 조국과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고국의 문화유산인 한국도자를 오사카시에 기증했다. /사진=김애리기자 kki@kjdaily.com
또한 북송의 汝요에서 구워진 도자기가 현재 전 세계에 70점이 존재하는데, 水仙盆이 그중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고려청자는 12세기에 절정기에 이르며, 강진군 사당리 가마터에서 제작된 도자기들이 일본에 수출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려청자는 유약을 1회만 바르는데 반해, 송나라 도자기는 유약을 3번 발라 빛깔의 차이가 있다고 비교했다.
또한 “북송 사신일기에는 고려청자를 비색(翡色)으로 표현하며 감탄한 기록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그는 고려청자는 북송 여요에서 기술을 전수받은 것이지만 굽는 방법이 다르고, 점차 독자적인 기형(器形)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려청자에서는 고려시대 귀족들의 우아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데, 죽순모양의 주자 등 자연에 대한 친밀감을 드러낸 작품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도자실에는 청자도판(타일)이 세계 유일한 소장품으로 전시돼 있다. 이 도판은 이 미술관이 소장중인 중요문화재 13점중 하나로서 외국문화재를 국보로 지정하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또 눈길을 끄는 청자 한점은 이규보의 글에 소개된 연적으로 신안 앞바다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시대에는 백자도 제작되었는데 산화동(銅)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 것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도자는 유교의 영향을 반영해 소박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고려시대에는 공예품에 관심이 많아 고요하고 차분하며, 조형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조선도자는 청초하면서도 유교적 문인으로서 선비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평가했다.
아름다운 미술관 전경
오사카시내 강과 싱그러운 가로수가 어우러진 나까노시마(中之島)공원에 위치한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전경./사진=김애리기자 kki@kjdaily.com
조선시대는 작품마다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게 특징으로 자유분방한 형식미와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게 그의 견해이다.
아이치현 도예관에 피카소작품과 함께 조선도자를 전시해보았는데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들이 도자기를 보는 가치관은 한국과 상당히 다르다면서 일본은 다도 정신을 바탕으로 개방적이고 소박한 미의식을 간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례로 도자기에 술을 담아 사용하면서 모양이 변하는 것을 발견하면 이를 ‘도자기의 경치가 변한다’고 생각해 즐긴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국의 기준으로는 이것을 흠으로 생각해 낮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분청사기와 청화백자에 나타나는 그림은 중국화가가 코발트와 안료를 사용해 그린 것으로 아키쿠사(가을들꽃)의 청초한 이미지를 높이 평가했다.
한편, 교토에는 17-18세기에 이미 개인작가가 등장해 자신만의 브랜드로 도자기를 만들어 판매하는 상업주의가 등장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중·일 도자기 비교 새 지평 열어”
데가와 테츠로 미술관장

“일본과 세계에 한국문화와 한국도자기를 소개하는데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데가와 테츠로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관장은 한국도자기와 미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기회를 갖게돼 보람으로 생각한다며 한국 도자기의 독자적인 미를 발견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한국도자기에 관심을 갖고 미술관을 많이 찾아온다면서 전체 방문객의 10%가 외국인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한국방문객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술관 운영과 관련, 기증과 구입으로 작품을 확보하는데 기증품은 개인의 취향이 반영돼 개성이 강한 반면 자체 구입시에는 작품과 작품 사이 연계성을 갖는 작품이 매입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설립 당시에는 아타카 컬렉션을 중심으로 운영됐으나, 이병창박사 컬렉션 기증을 기념으로 신관을 설립하면서 한·중·일 도자문화 비교에 대한 국내외의 강한 열망에 힘입어 일본 도자기 수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는 재정 여건이 여의치 않아 기증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술관의 사명은 100-200년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적이고 인류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문화 해외에 알리는데 큰 보람”
정 은 진 학예연구사

“한국 도자의 아름다움을 통해서 한국의 문화와 예술이 무엇인지 해외에 알리는 것이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는 정은진씨는 평소 도자기를 좋아했는데 가까이 접하면서 한국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일에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국에서 대학 졸업후 대기업(LG)에서 근무하다 인생을 바꾸고 싶어 지난 2002년에 훌쩍 일본으로 건너와 문화재학과에서 공예를 전공하면서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리고 보다 전문적으로 도자기를 연구하고 싶어서 릿츠메이칸대학 대학원에 진학해 고고학적 방법으로 도자기를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취득해 현 미술관의 학예연구사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녀가 이곳에서 주로 하는 일은 한국도자기에 대한 최신의 정보를 수집해 이를 미술관 전시 및 연구활동에 반영하여 일반 관람객들에게 알기 쉽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한국 도자기 작품을 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그녀는 내년 4월 ‘식민지시대 조선의 미술’을 테마로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당시 조선에서 활동했던 일본인들의 원고 등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해방이전부터 미적인 가치가 인정되었던 한국도자기, 밥상, 옷장 등 한국의 생활유물을 전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