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작노트

삼월의 편지

삼월의 편지

 

삼월 봄날 바람이 분다
바람 부는 날 구름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떠간다
다리 아래 강물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고
언덕 위에는 어느 새 제비가 날고
허리 가는 노란 장다리꽃이
마중 나온 듯 고개를 높이 쳐들고 있다
누군가의 소식을 가득 담은 우편배달부는
다리 위를 지나 언덕 아래 마을로 간다
아직 겨울 끝자락은 나뭇가지에 머물러
궁핍한 마을은 바람도 허기차다
우물가 아가씨들에게 우편배달부가
편지를 전해주고 골목길로 사라져간다
편지에는 어떤 사연이 담겼는지
손 시린 글씨에 봄 바람은 살랑거리고
집 마당에 꽃잎이 움트는 숨소리
졸고 있던 고양이가 길게 하품을 한다.
 
 

'시작노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에 내리는 눈  (0) 2018.03.21
발산마을 박물관  (0) 2018.03.20
성묫길  (0) 2018.02.21
후회  (0) 2018.01.29
겨울 묵시록  (0) 2018.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