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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들어 가는 지방, 꽃보다 사람이다

시들어 가는 지방, 꽃보다 사람이다
박준수의 청담직필

  • 입력날짜 : 2018. 04.02. 20:04

다시 사월이 왔다. 사월은 부활하는 달이다. 영국시인 T. S. Eliot가 노래한 것처럼 언 땅으로부터 라일락꽃이 피는 계절이다. 죽음으로부터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이다. 남도의 들녘은 지금 겨우내 움추렸던 나무들이 울긋불긋 온갖 꽃들을 피워낸다. 구례 산수유로부터 광양 매화, 영암 벚꽃 등 마을마다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꽃이 있는 곳마다 축제가 열리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 기대

그러나 사월은 이러한 화려함 뒤로 순교의 역사가 드리워져 있다. 바로 민중들이 이승만 독재권력에 맞서 일어났던 4·19 혁명이다. 3·15 부정선거로 촉발된 4·19 혁명은 온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되찾고자 수많은 피를 흘리며 싸웠던 날이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날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퇴행과 전진을 거듭하며 새로운 점환점을 맞고 있다. 재작년 겨울 촛불혁명의 힘으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확립했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모두가 잘사는 민주주의를 위한 헌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제안한 개헌안에는 지방분권이 주요 골자로 담겨 있어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모든 힘이 중앙에 집중돼 있었으나 헌법개정으로 ‘연방제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방자치가 보장되면 지방의 역량이 훨씬 창의적으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3년이 흘렀지만 지금 지방은 소멸을 걱정해야할 만큼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수도권 집중과 이에 따른 지방공동화 현상이 지역 차원을 넘어 이제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문제는 산업화 이후 지속돼온 것이나 인구가 정체 상태에 접어들면서 지방소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그리고 4차 산업혁명 등 이른바 ‘메가트랜드’가 지방에 어두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와는 달리 지방중소도시의 출생아 수와 생산가능인구(14세-64세)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고령화로 인한 인구의 자연감소는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특히 통계청의 2017년 우리나라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유소년 인구보다 많았고, 생산가능 인구는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발표됐다. 이에 더해 4차 산업혁명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들어 지방의 인구이탈을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민선7기 지방소멸 선제 대응을

지방 도시가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행정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40년 전국 지자체 중 30%는 1995년 대비 인구가 절반으로 떨어져 사실상 기능상실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중 96%가량이 지방 중소도시다. 65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지역도 38%에 달하는데, 이 역시 대부분 지방 중소도시다. 향후 20년간 지방 도시들은 지난 10년간 그랬던 것보다도 더욱 심하게 쇠퇴할 것이다. 심지어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은 우리나라를 300년 뒤 지도상에서 사라질 첫번째 국가로 지목하기도 했다. 쇠퇴는 이미 현실이고 그것도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어 있는 것이다.

최근 모 방송사가 방영한 ‘지방의 위기’ 프로그램은 이러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바 있다. 전남 22개 시·군은 혁신도시가 들어선 나주를 제외하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학교가 문을 닫고 젊은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호남의 거점도시인 광주도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이다.

2017년 통계청 이동인구 자료에 따르면 광주는 작년 한해 7천900명이 순유출됐고, 전남은 3천200명이 줄어들었다. 이동인구의 대부분은 20대(20-29세)이며, 이동원인은 직업과 교육을 위해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직장을 찾기 위해 광주를 떠난 인구가 9천300명에 달하며, 전남은 2천300명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460조원에 달하는 내년 예산을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위기상황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재정을 운영키로 했다.

따라서 민선7기 지방자치의 핵심과제는 지방을 부활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자리창출과 출산장려가 그 해법일 것이다. 지방에 사람이 없으면 봄이 온들 그리고 꽃이 만개한들 무슨 소용이랴. 시들어 가는 지방, 꽃보다 사람이 활짝 피어나야 한다. /본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