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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셜네트워크시대 정치화법

소셜네트워크 시대 정치 화법
박 준 수 부국장 겸 정경부장


입력날짜 : 2011. 02.01. 00:00

‘○○○님이 회원님과 패이스북 친구가 되고 싶어합니다’. 요즘 나의 이메일 받은편지함에는 이런 친구맺기 요청이 심심치 않게 날아든다. 대개 ○○○님은 회사동료나 학교동창, 사회 선후배 등 평소 상호작용이 빈번한 사람이지만 때로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해오는 경우도 있어 반갑다. 그러나 더러는 전혀 낯선 사람이 친구맺기 요청을 해오는 경우가 있어 승낙여부를 놓고 잠시 고민하게 된다.
이처럼 트위터와 패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이 급속히 늘면서 사회전반에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동안 두셋만 모이면 골프이야기가 혼을 빼놓더니 요즘에는 트위터와 패이스북 이야기가 좌중의 화제로 등장하고 있다.
SNS란 소셜미디어의 대표적인 수단의 하나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여 정보공유, 인맥관리, 자기표현 등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소셜미디어는 탁월한 전파력을 바탕으로 기업은 물론 공공부문 그리고 정치부문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정치시스템과 과정에 보다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가능케 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킬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기본적인 가치는 민주적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동시에 가치중립적이다. 2008년 오바마당선이라는 결과를 낳는데 큰 역할을 했던 인터넷기반 선거운동과 소셜미디어의 활용은 더 이상 리버럴 진영의 무기만은 아니다.
어떤 정치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든 이용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2008년 오바마 대선 승리에서 리버럴 진영의 효과적인 인터넷사용이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면 미국 보수진영 역시 2010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대대적인 소셜미디어를 활용했다. 특히 티파티(Tea Party)운동 진영은 맹렬하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티파티 지지자들을 조직, 추동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SNS의 영향력때문인지 최근 정치인들은 너나할 것없이 SNS 활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필자에게 친구맺기를 요청해온 ‘○○○님’들은 국회의원 보좌관이거나 단체장 측근인 경우가 많다. 관계형성과 정보공유 및 인맥관리에 효과적인 SNS는 대중과의 소통을 갈망하는 정치인들에게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 때문이다.
강운태 광주시장을 비롯 상당수 지역 정치인이 SNS에서 친구인맥을 넓히며 시민과의 소통 폭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전남지역 몇몇 기초단체장도 SNS홍보팀을 가동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지역정치인들 사이에 필수 홍보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소셜네크워크가 정치인들의 주가를 올려주는 보증수표라고 생각해선 커다란 오산이다. 소셜네트워크가 연결수단(connecting)으로는 월등한 속성을 갖지만 끈끈한 관계형성(relationship)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측은 이미 비즈니스부문에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최근 미국 2천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어떻게 소셜미디어 채널을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단지 7%만이 ‘소셜미디어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맥락은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일방적으로 홍보공세를 펼친다고 해서 그 정치인에 대한 충성심이 생기거나 선택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채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따뜻한 가슴으로 주민을 위한 정치를 하느냐가 핵심가치이다. 지역정가에선 벌써부터 내년 4월총선에 누가 물갈이 될것이다는 둥 설익은 전망이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다. 아마도 오는 4월 재보선을 즈음해 선거이야기가 SNS의 채널을 타고 봇물을 이룰 것이다.
선거에 나설 주자들은 주민들에게 어떤 일과 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어떻게 알릴 것인가는 맨 나중의 일이다. 이런점에서 소셜네크워크 시대 정치인들의 화법은 고전적 화법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유권자들은 ‘○○○님’의 이름으로 다가서는 낯익은 정치인보다는 낯설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다가서는 정치인을 더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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