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석유중독'에서 벗어나기

‘석유중독’에서 벗어나기
박 준 수 논설위원


입력날짜 : 2011. 03.08. 00:00

요즘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요소를 찾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기름값이 최근 몇 달새 지속적으로 오르더니 광주시내 주요소의 무연휘발유 가격이 ℓ당 1천9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예전에 3만원어치를 넣으면 5일은 버텼는데 최근엔 3일이면 계기판에 불이 들어온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기름값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겨울철 성수기에다 리비아사태 등 중동 산유국들의 정세불안이 겹쳐 치솟고 있는 기름값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고공행진을 계속할 전망이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달 중순에는 현재보다 더 비싸질 것이라고 한다.
벌써 서울 일부지역 주유소는 무연 보통휘발유의 가격이 리터당 2천100원을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정유 4개사는 설 연휴를 전후해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여론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정유사들은 지난 한 해 8천억원에서 1조7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며 이를 바탕으로 300에서 600%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다.
이와관련, 국민들의 시선은 정부가 유류 가격 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언제쯤 내놓을지에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신요금과 더불어 물가와 직결된 유가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유류세와 관세 인하 방안에 대해서는 실효성과 재정 건전성 문제 등을 들어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발언이 공허한 ‘립서비스’로 그쳐서는 안된다. 경제전반을 뒤흔드는 고유가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석유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9차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세계 5대 신재생에너지 강국을 목표로 2015년까지 태양광 20조원, 풍력 10조원, 연료전지 9천억원 등 민관합동으로 40조원을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의 신재생에너지산업 현황을 보면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1차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5%에 달한다. 이는 독일(10.0%), 덴마크(20.1%), 프랑스(8.1%), 스페인(9.5%), 일본(3.4%), 미국(5.1%) 등의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5%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달성여부는 불투명하다. 차액지원 제도가 바뀌면서 관련산업들이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개발과 보급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석유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과학계에서도 활발하다. 미국의 아미리스 바이오테크놀로지(Amyris Biotechnologies)사의 설립자이자 생물학자인 잭 뉴먼은 유전자변형 대장균을 이용해 가솔린과 제트연료, 그리고 디젤과 같은 뛰어난 품질의 연료를 생산해 내는 방법을 개발중에 있어 그 결과가 관심거리다.
그러나 석유중독에서 해방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석유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가 에너지 위기단계를 ‘주의 경보’로 격상함에 따라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에너지 사용 제한 매뉴얼이 작동됐다. 공공부문에선 기념탑·분수대·교량 등 경관조명이 제한받는다. 민간부문에서는 대기업·금융기관의 24시 이후 옥외 야간조명 소등, 자동차판매업소·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 종료 후 소등, 실외 골프장 코스 조명타워 소등, 아파트·오피스텔의 24시 이후 외부조명 소등을 지켜야 한다.
이와함께 시민들에게는 대중교통 이용이 장려되고 있다. 그러나 단골대책으로 등장하는 대중교통 이용은 기대만큼 효과가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기름값 인상추이를 지켜보면 머잖아 대중교통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상황이 멀지 않은 것같다. 심지어 학자들은 극단적 표현으로 자연으로 돌아가 원시생활을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