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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월 봄길 위에서

4월 봄길 위에서
박 준 수 논설위원


입력날짜 : 2011. 04.19. 00:00

봄이 절정이다. 전국 방방곡곡 꽃이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꽃을 부르느라 야단법석이다. 겨우내 인적이 뜸했던 산길, 들길마다 상춘인파가 줄을 잇는다.
지난 주말 아파트 뒤편 금당산에 올라보니 산등성이에 만개한 개나리와 벚꽃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하다. 갓 돌지난 아이에서부터 허리굽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봄꽃을 보려는 상춘인파로 좁은 산길이 번잡하다.
‘세계 슬로길 1호’ 완도 청산도에도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작은 섬마을이 잔칫집처럼 북적거렸다.
이처럼 4월은 꽃과 어울림의 계절이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는 길이 놓여 있다.
역사속 4월은 민주화의 길이 관통하고 있다. 1960년 부정선거로 정권연장을 획책한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19의거 기념일이 바로 오늘이다.
그로부터 벌써 51년이 지났지만 우리사회는 아직도 ‘미완의 민주화’로 선진국의 문턱에서 멈춰서 있다.
4월의 봄길 위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공정, 상생, 화합의 길을 생각해본다.
#공정의 길
4·27재보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강원도지사를 비롯 순천, 분당을, 김해 등 국회의원 3곳과 화순군수 선거 등 규모나 열기면에서 대선 전초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감이 팽팽하다. 선거에 나선 인사들의 중량감을 보더라도 분당을의 손학규, 강재섭, 강원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최문순, 엄기영 씨 등 거물급들의 빅매치가 볼만하다.
특히 우리지역에선 순천 국회의원선거와 화순군수 선거가 최대 관심사이다. 순천은 야권연대의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화순은 잇단 군수낙마에 따른 새로운 선거풍토 조성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역시 기대와 달리 정책대결보다는 서로 헐뜯는 비방전으로 흐르고 있어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만이라도 페어플레이를 통해 선거문화의 꽃을 피워주길 당부한다.
#상생의 길
현재 정부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을 위해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사업은 향후 7년간 3조5천487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또한 구축 이후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에 전국 지자체가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호남권 역시 중이온가속기에 필수적인 지반안정성과 저렴한 지가, 탄탄한 관련 인프라 등 장점을 내세워 ‘범시·도민 3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입지선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평가위원회 위원구성과 평가기준 변경으로 호남권 유치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정부는 정치적 결정이 아닌 과학적인 결정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오락가락하는 평가기준을 보면 거센 외풍이 작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수도권 기업 입지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이 대기중에 있어 지방피폐화가 걱정된다.
이명박정부 들어서 지역균형발전은 경제논리에 밀려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정책 프레임이 경제적 효율을 중시한 수도권 중심사고에 매몰된 결과이다. 좁은 국토면적에서 수도권에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3년간 경제적 효율에 집중했다면 이제 남은 임기는 상생의 길로 갈아타야 한다.
#화합의 길
광주·전남은 한 뿌리이자 일심동체이다. 유구한 역사로 보나 경제권과 생활권으로 보나 상호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공동운명체다. 부모는 전남에, 자식들은 광주에 거주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그런데도 행정구역이 나뉘면서 공항문제 등을 놓고 다툼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말처럼 광주시와 전남도는 서로 존재를 인정하면서 화합하는 품격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또 광주내에서도 광주역-광주송정역 일원화, 어등산-호남대터널 명칭 문제 등 쟁점들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뜻깊은 4·19 아침에 우리가 가야할 길을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