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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심을 버리고 무얼 얻고자 하는가

민심을 버리고 무얼 얻고자 하는가
박 준 수 부국장 겸 정경부장


입력날짜 : 2010. 11.02. 00:00

10·27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가 민주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지만 그 여진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광주 서구와 경남 의령군 등 기초단체장 2곳과 경남 거창군 등 광역의원 1곳, 전남 곡성 가 등 기초의원 3곳 등 6개 지역에서 치러진 10·27 재·보선은 초미니 선거로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을만한 이슈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 결과를 둘러싼 뒷얘기와 파장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원도 아닌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결과가 이처럼 지역정가를 후끈 달구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여기에 담겨진 극적인 요소와 폭발성, 그리고 시그널링(signaling) 효과가 한편의 드마라처럼 잘 엮어져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반전의 코드가 극적인 구성을 탄탄하게 떠받치고 있다. 민주당의 서구청장 공천은 6.2지방선거 당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혁신적인 민원서비스로 주가를 올린 전주언 청장이 관권선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바람에 6·2지방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까지 경선이 연기되자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로 돌아섰다. 그리고 야권연대 차원에서 한때 연합공천을 위해 서구에 공천자를 내지 않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은 6.2지방선거에 김선옥 후보를 내세웠지만 전주언 청장에게 패하고 말았다.
이후 전 청장이 구속되고 당선이 무효화하면서 서구청장 재선거는 지역민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민주당으로서는 6.2지방선거의 패배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민주당은 김선옥 후보를 재공천했고 공천에서 탈락한 김종식후보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되는 이변 아닌 이변을 허용했다.
더욱이 민주당은 유세기간동안 손학규 대표를 비롯 지도부가 대거 나서 총력전을 펼쳤지만 국민참여당 등 비민주 야4당후보에게도 뒤지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렇게 민주당이 텃밭에서 맥없이 무너진 데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민주당의 공천기준을 보면 1차 압축 과정에서 여성 15%, 45세 이하 청년 10%의 가산점을 부여한 것은 누가봐도 공정한 게임룰은 아니다. 게다가 김선옥후보는 직전 6.2지방선거에 출마해 38,860(34.6%)표를 얻은 터라 인지도에서 다른 후보보다 월등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중,삼중의 프리미엄을 안고 공천장을 거머쥔 것이다.
이렇게 지역민심과 가치프레임(value frame)이 어긋난데는 민주당의 현실인식과 가치판단에 중대한 오염이 개입된 결과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그동안 치러진 선거의 공천과정을 들여다 보면 측근과 계파안배의 황금분할이 이어져 왔다는 지적이 빈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구청장 재선거 경선후보 선정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계보 전쟁’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한다. 서구 지역구 국회의원은 누구를 밀었고, 광주시당위원장은 다른 후보를, 광주시장과 일부 구 민주계 인사가 특정후보를 밀었는데 당내 파워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는 것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깨달은 지역구 의원들은 선거 이틀후 사죄의 성명을 발표하고 시민과 당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성난 지역민심이 성명서 한번으로 수그러들 기세는 아닌성 싶다. 7.28 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의외의 공천으로 비민주 야4당 후보에 고전을 면치못한 위기상황을 당하고도 또 다시 민심을 저버린 공천을 했으니 그 허탈함과 분노가 얼마나 크겠는가.
이번 일련의 민주당 행보를 지켜본 시민들은 다음 선거에서 어떤 형태로든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상처는 상처로 끝나지 않고 흉터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임론은 선택대안의 확장으로 표출될 것이 분명하다.
광주는 지난 20여년간 민주당의 텃밭으로 한결같은 후원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선거때마다 몰표를 몰아주고 정권창출을 기원하며 열렬히 응원해왔다.
그러나 시민들의 가슴속엔 오랜 관성에 젖은 민주당이 점차 두터운 ‘자신만의 성’을 쌓아올린다는 느낌이 싹트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서구청장 재선거에서 시민들이 보낸 시그널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그들의 견고한 성마저도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뼈아픈 현실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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