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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시인 친구

시인 친구
 
신안 압해도 선돌 마을에
시인 친구가 살고 있다
갈매기처럼 육지에 둥지를 틀지 못하고
해풍 부는 이곳에 귀촌해 흙집에 글방을 차렸다

 

낮에는 초등학교 사서로
밤에는 시인으로
밀물과 썰물이 되어
섬을 지키고 있다

 

젊은 날 그의 삶은
주간지 기자로, 학원 강사로
도시 한 켠에
윤기어린 소시민의 추억을 쌓았다

 

지방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당히 당선되어
문단에 이름을 올리고
시인의 푸르른 생기를 뿜어내며 
높이 날아오르기도 했다

 

어느덧 중견 시인이 된 친구는
빗살무늬 주름진 얼굴에 반백이 되어
텃밭에 마늘, 양파 키우며
흘러가는 구름처럼 유유자적 섬을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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