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어머니 누워계신 동산에 동백 한그루
십여년을 시묘하듯 화사한 꽃그늘 드리웠는데
지난 겨울 동해를 입어 끙끙 앓더니
결국, 꽃망울 머금은 채 운명했네
봄 햇살 가지마다 훈김을 불어도
바람이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져도
안으로 닫힌 꽃문 열리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봄마중 나오시던 어머니
그리움만 그리움만 멍울로 맺혀
눈감고 있는 동백꽃
그저 나무이니까 그 자리에 잘 있으려니 생각해
깊은 눈길 한번 주지 못하고
그렇게 무심한 세월 지내왔더니
다시는 볼 수 없는 꽃이 되었네
봄날이 와도 피지 않는 시절이 있을 줄이야
어머니 떠나신 자리에 너마저 지다니
동백꽃 지는 언덕에 무덤이 또 하나 늘어
봄은 언제나 황달처럼 외로워지는 것인가.....
201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