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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터미널에서

-터미널에서

 

박준수

 

떠남은 만남보다 진한 여운을 남긴다

터미널에서 너는 떠남을 기약했고

만남의 탯줄을 끊고자 내게 차표 한 장 끊어줬다

멈춤이 있던 자리에서

너를 대신해

손을 흔들어 주던 저녁 노을

유리벽 너머 세상이 덜컹거린다

어둑한 세상은 이제 길을 고요히 덮고

불빛이 어른대는 텅빈 나만의 꿈길로

견인되고 있다

우리는 간혹 떠났던 자리로 견인되는 꿈을 꾼다

가난해서 행복했거나, 행복해서 가난했거나

옛날은 연줄처럼 팽팽히 오늘을 당기고

허공에서 어디론가 머리를 쥐어막는 방패연처럼

내가 탄 막차는 차츰 차츰 작아지고 있다

터미널에서 멈춘 너의 모습도 시나브로 보이지 않는다

인생이 그렇게 차창 너머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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