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레지구에서
파리 마레지구 유태인 마을에서
여름 햇살의 달콤한 속살을 맛본다
그리고 유태인 식당에서 만든 샌드위치를
먹으며 유태인의 우울한 숨결을 느낀다
서점에 가득 쌓인 책들이 나를 붙든다
지혜의 상징, 탈무드는 나를 어디로 안내할까?
낡은 서점 건물에는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젖은 깃털을 말리며 나를 응시하고 있다
이방인은 서로가 낯설고 불편하다
동성애자들의 만남의 거리와
노천카페가 즐비한 이곳,
마레지구에서
나는 김빠진 콜라처럼 맛을 잃어버린다
아, 그 맹렬했던 청춘의 마레지구는 어디에 있는 걸까...
*마레지구는 파리 시청과 퐁피두센터 사이의 지역으로 유태인마을이 있으며, 노천카페와 패션가게, 화랑가, 그리고 동성애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