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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광주천 철교에서

광주천 철교에서

박준수

 

 

경전선 열차를 타고 광주천 철교를 지날 때

유난히 커지는 쇠바퀴소리에 가슴 둥둥거리던

유년의 강물은 어디쯤 흐르고 있을까

화순 도곡(和順 道谷) 외가집 가는 길은

포플러 이파리 반짝이는

설레임이 나붓기고

어디선가 연착하다

해저물녁 다다른

가스등 내걸린 간이역엔

짙은 어둠이 목젖까지 차올랐지

기차가 안개처럼 풍경을 남기고 떠나고 나면

침목의 타르에 묻어나는

어머니의 살내음

뚝방길에 부는 바람따라

삐비꽃이 되어 오래도록 손흐드는 그리움들

꿈결인양 흘러간 세월을 건너

녹슨 발걸음으로 광주천에 와보니

레일 끊긴 경전선 철교만 홀로이

오지 않는 어머니의 기차를 기다리네.

유년의 기적소리 아련히 강물위로 여울져가네

 

경전선:경부선의 삼랑진과 호남선의 송정 사이를 잇는 철도.

2009.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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