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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新 ‘나제동맹’ 시대가 오는가

新 ‘나제동맹’ 시대가 오는가
박준수 논설위원


입력날짜 : 2011. 08.12. 00:00

한 때 지역감정의 골이 깊었던 광주와 대구가 최근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 아직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고 역사적으로 아픈 과거 때문에 다소 서먹한 분위기는 남아있으나 예전에 비해서는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부드러운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우선 지리적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영·호남을 잇는 183㎞의 88고속도로 확장공사가 오는 2015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한창 진행되고 있다. 1984년 6월 건설된 기존도로는 중앙분리대도 없이 굴곡이 심한 왕복 2차선이어서 교통사고율과 치사율이 전국 1위를 기록, ‘죽음의 길’로 불리웠다.
한국도로공사는 전남 담양군 고서면에서 대구 달성군 옥포면을 연결하는 183㎞ 전 구간중 왕복 2차선으로 남아있는 142.8㎞ 구간을 사업비 2조304억원을 들여 14개 공구로 나눠 확장하고 있다. 이 도로가 왕복 4차선으로 확장되면 종전 2시간 15분 걸리던 이동시간이 1시간 40분대로 대폭 단축된다. 그리고 연간 2천억원의 물류비용 절감효과와 445억원의 편익이 기대된다.
또 영·호남의 각종 경제교류와 문화,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지리산, 가야산 국립공원 등의 접근이 용이해 양 지역 관광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30년만에 명실상부한 ‘영·호남 화합의 도로’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광주와 대구는 내륙도시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관계를 강화해가고 있다.
21세기 국제화시대를 맞아 해안도시들이 국가발전의 축으로 부상하면서 내륙도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광주와 대구는 내륙초광역경제권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화두를 놓고 21세기형 ‘나제동맹’(신라와 백제가 고구려의 남진을 막기 위해 5세기 전반부터 6세기 중반까지 유지한 군사동맹)을 결성하는 형국이다.
두 도시는 3D융합산업육성과 미래형치과산업벨트 구축을 논의하는 단계이며, 추가 사업과제를 발굴하는 중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광주·대구·대전 등 호남과 영남, 충청권의 중심 도시 시장이 오는 9월14일께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강운태 광주시장과 김범일 대구시장, 염홍철 대전시장은 이날 모임에서 ‘내륙 3개 도시 상생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현재 3개 도시 실무자들이 모임에서 논의할 의제를 조율 중인 가운데 3개 도시에 분산 배치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R&D(연구·개발) 특구 육성 및 협력 방안 등이 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국제화와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도시간 교류와 협력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특히 광주·대구는 내륙 도시로서 여건이 비슷하고 최근 과학비지니스벨트와 연구개발 특구 지정을 계기로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어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광주와 대구는 정부의 연구개발 특구지정 과정에서 공조체제를 형성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어 정서적으로는 상당히 가까워진 상태이다.
이밖에도 두 도시는 국제스포츠행사를 계기로 협력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대구는 유니버시아드대회와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개최(8.27-9.4) 등 굵직한 국제대회 경험을 가지고 있어 2015 광주하계U대회를 준비하는 광주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본다.
이에 반해 광주는 광주비엔날레와 광산업 등 문화와 첨단산업에서 앞서가는 부분이 있으니 서로 노하우를 주고받으면 상생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며느리사정 시어머니가 안다고 서로 속사정을 아는 도시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면 과거의 아픈 상흔도 차츰 씻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야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부당한 권한 행사를 막고 지방차지의 외연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 또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역발전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마련된다.
다만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우리가 남이가’ 하는 식으로 양 지역 주민이 쌓아온 신뢰를 왜곡시킨다면 역사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역균형발전에 힘을 보태는 新 ‘나제동맹’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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